날씨를 닮은 우리네 인생

by Chong Sook Lee


뉴스를 보면 세상 돌아가는 게 보인다. 좋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매일매일 무슨 일이 그렇게 많은지 하루도 무사한 날이 없다. 다치고 죽고, 사기를 당하고, 화재가 나고,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는다.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더 많은 것 같아 때로는 실망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산다. 세상이 좋아지듯 사기수법도 발전한다. 좋은 차를 소유한 사람의 차를 뒤쫓아가서 집주소를 알아 두고 비밀번호를 기억해서 집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도둑질을 한다. 집에는 비밀번호가 있어 가족만 사용할 수 있게 하는데 비밀번호를 찍는 몰래카메라를 천장에 달아서 번호를 알아내는 수법이 생겼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는 화재경보기와 비슷한 모양의 몰래카메라로 집에 사는 사람이 언제 들어오고 언제 나가는지 알아낸다. 집이 비어있는 시간대에 몰래카메라로 알아낸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안으로 들어와 귀중품을 털어가는 수법이다. 카메라가 있으면 안전하다고 믿던 시대는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오래전, 컴퓨터에 부착된 카메라로 집안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아 카메라를 테프로 가려놓고 컴퓨터를 사용했던 생각이 난다. 그 뒤로 사람들은 안전을 위해 알람 시스템을 이용했지만 불편한 점이 많다. 불청객이 시도를 하면 알람이 울려 경찰에 연락이 가도 시간이 걸려 불청객은 가져갈 것 다 가져간 뒤에 경찰이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알람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서 별 효과가 없어도 너도 나도 달았다. 알람시스템이 있으면 나름대로 불청객에게 겁은 줄 수 있다고 믿는 하나의 보험 같은 역할을 한다. 보험을 드는 것은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서 보험을 드는 것이다. 알람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도둑은 들어와서 가져간다. 그래도 사람이 매일 걱정을 하며 살 수 없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하는 것인데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수법이 생겼으니 믿을게 하나도 없는 세상이라는 말을 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하는 말이 옛말이다. 이제는 눈뜨고 코 베가는 세상이 아니고 순식간에 전재산을 뺏아 가는 세상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른다. 열쇠로 문을 열며 살던 때는 열쇠대신 꼬챙이 같은 것으로 문을 따고 들어오는 수법을 쓰더니 이제는 아예 몰래카메라로 번호를 알아 제집 드나들듯 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세상인데 앞으로 어떤 수법이 만들어질지 모른다. 발전하는 게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 가지 발전하면 열 가지, 백가지의 사기수법이 생겨나는 세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편한 것을 선호한다. 자동차문을 열쇠로 열지 않아도 열리고, 센서를 달아 발만 대면 트렁크가 열린다. 열쇠를 돌리고 시동을 걸지 않고 버튼만 눌러도 시동이 켜지고 꺼진다. 사람이 지나가면 자동문이 문을 열어주고 가만히 서 있으면 에스컬레이트가 위층으로 올려다 준다. 무엇이든지 수동은 없어지고 자동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다. 사람이 몸을 쓰며 살던 시대가 가고 모든 일은 기계가 한다. 몸이 자동문에 익숙하여 수동문 앞에서도 문을 열 생각을 하지 않는 자신을 본다. 컴퓨터와 핸드폰을 비롯해서 무엇이든지 손가락만 움직이면 해결되는 세상이 되다 보니 손가락만 발달한다. 돌리고, 밀고, 끌고 당기는 기능은 없어지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편하고 좋은 삶을 위해 연구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걸 이용해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더 많다. 순경 열명이 도둑 하나 못 잡는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은 더 힘든 세상이다. 컴퓨터로 좋은 일도 많이 하는 자선단체가 많이 생기기도 하지만 악용하는 수법은 나날이 악랄하게 발달하는 세상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그저 뉴스를 보고 들으며 알게 되는 수법 이외에도 우리가 모르는 범죄는 뿌리가 깊다. 악의 뿌리를 뽑기에는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다. 전쟁으로 인하여 순간순간 불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희망이 안 보인다. 인간을 정쟁의 수단으로 살인을 일삼는 전쟁 앞에 피눈물을 흘리는 국민들은 갈 곳이 없다. 살기 좋으면 범죄도 없어질 것 같은데 빈부차이가 많아져 잘 사는 사람만 좋은 세상이 된다. 없는 사람은 끼니를 걱정하고 먹을 물을 얻기 위해 긴 줄을 서도 못 얻는 것을 보면 처참하다. 세상은 돌고 도는 원리 속에 돌아간다. 없어서 먹고살기 위해, 빚을 갚기 위해 도둑질을 하고, 있는 사람은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한다. 어디가 처음이고 어디가 끝인지 정답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잘살기 위해 연구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빼앗기 위해 머리를 쓴다. 하루도 같은 날이 없는 세상은 날씨를 닮았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 불고, 춥고, 덥고, 습하다. 매일매일이 좋을 수 없고 매일매일이 나쁠 수 없다. 좋다가 나쁘고, 싫다가 좋아지고, 싸우고 화해하며 사는 게 인생이다. 남에게 잘하면 3대가 복을 받고, 남을 울리면 자신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난다는 말이 생각나는 날이다.

(그림:이종숙)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