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온 날은 아무도 알지 못한 채 나만 알고 보낸다 나의 계획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없던 계획처럼 조용히 모르는 체 한다 시작은 변변치 못해도 끝은 그럴싸할 줄 알았는데 끝은 더없이 초라하다 더 이상 끌고 갈 힘이 없어 바닥에 앉아 지난날들을 되돌아본다 희망을 따라온 길은 무의미한 것이 되고 아무것도 없는 빈 터에 앉아 있다 마음도 손도 다 비우고 나니 어깨의 짐이 가벼워지고 새털처럼 가벼워진 몸은 하늘을 나는 새를 닮는다 갈 곳이 없어도 가야만 하는 새 나무 꼭대기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본다 보이지 않는 세월이 내 곁을 떠나고 알지 못하는 미래와 웃고 산다 나는 새가 되고 새는 세상이 되어 하늘을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