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새가 된다

by Chong Sook Lee


기다려온 날은
아무도 알지 못한 채
나만 알고 보낸다
나의 계획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없던 계획처럼
조용히 모르는 체 한다
시작은
변변치 못해도
끝은
그럴싸할 줄 알았는데
끝은 더없이 초라하다
더 이상
끌고 갈 힘이 없어
바닥에 앉아
지난날들을
되돌아본다
희망을 따라온 길은
무의미한 것이 되고
아무것도 없는
빈 터에 앉아 있다
마음도
손도 다 비우고 나니
어깨의 짐이
가벼워지고
새털처럼
가벼워진 몸은
하늘을 나는 새를 닮는다
갈 곳이 없어도
가야만 하는 새
나무 꼭대기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본다
보이지 않는
세월이 내 곁을 떠나고
알지 못하는
미래와 웃고 산다
나는 새가 되고
새는 세상이 되어
하늘을 날아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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