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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기다려지는 날
by
Chong Sook Lee
Jan 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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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있는지
눈을 잔뜩
안고 있으면서
내놓지 않고
인상만 쓰고 있
더니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진눈깨비가 내린다
먼지처럼
휘날리다가
가랑비처럼 내린다
무엇이 불만인지
회색의 하늘은
침묵하며
세상을 내려다본다
심심한 까치가
소나무 아래에 있는
마른 흙을 뒤집으며
무언가를 찾는다
까치 한 마리
전봇대 위에서
내려다보더니
빠르게 내려와 덩달아
흙을 파헤친다
군데군데 있는 눈이
먹을 것으로 보이는지
눈을 찍어 흔들어 본다
배가 고픈 새들이
무어라도 먹을 것을
찾아보는 헐벗은 겨울
마른 낙엽을
들춰보기도 하고
솔방울을 열어보기도 한다
이런 날은
함박눈이라도
잔뜩 내리면 좋을 텐데
하늘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날씨
겨울 같지 않은 겨울에
감사해야 하는데
왠지 눈이 많이 온 겨울이
그리워지는 건
무슨 이유일까
간사한 인간의 마음을
어찌 하늘이 알겠는가
눈이 와야 할 계절에
이유 없이 내리는
진눈깨비로 거리가
질척거린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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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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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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