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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r 07. 2024

땅에는 겨울... 하늘에는 봄


눈이 멈춘 세상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맑은 햇살에 눈이 반사되어 세상이 온통 찬란하게 빛난다. 회색의 하늘 대신에 파란 하늘이 세상을 내려다본다. 하루 사이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다. 여전히 눈은 많 쌓여 있지만 머지않아 햇살이 모든 눈을 녹이고 봄이 올 것이다. 가기 싫어하는 겨울은 봄이 오는 길모퉁이에서 심술을 부린다. 시도 때도 없이 눈을 뿌리고 꽃샘추위로 방해를 하지만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 맑고 푸른 하늘을 보면 마음도 파랗게 물이 든다. 창밖으로 눈길을 돌려 파란 하늘을 보면 겨울이 갈 생각도 지 않는데 어느새 마음은 봄이 맞고 있다. 봄이 온다고 특별히 할 일은 없어도 왠지 봄이 기다려진다. 지난해에는 가을도 길고 겨울도 따뜻해서 별 추운 줄 모르고 겨울을 보냈는데도 봄은 기다려진다. 해마다 11월 중순에 눈이 많이 와서 겨울이 오는 것이 겁이 났는데 크리스마스 때도 눈이 오지 않아서 은근히 눈이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해마다 눈이 오는 연말연시에 아이들이 오고 가며 고생을 해서 걱정을 했는데 날씨가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눈이 오지 않고 날씨도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려나 했는데 몇 주 전에 많은 눈이 왔다. 이제는 눈이 오지 말아야 할 때인데 아직도 내릴 눈이 남았는지 조금씩 오는 눈이 뜰에 쌓인다. 그래도 이제는 해가 길어지고 햇살이 따뜻해 지붕에 눈이 으며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오늘처럼 화한 날이 계속되면 뜰에 있는 눈도 금방 다 녹을 것이다. 추운 겨울이 싫어도 가야 이고, 봄이 기다려져도 때가 되어야 오는 것이다. 눈이 쌓여 있지만 바람도 없고 새들이 날아다니는 창밖은 참으로 평화롭다. 봄이 오지 않아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다. 내가 아무리 안달해도 겨울이 가야 봄은 올 것이다. 봄이 온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봄은 희망이고 설렘이다. 3월이 되면 봄은 봄인데 여전히 추웠던 생각이 난다. 두꺼운 코트를 벗으면 너무 춥고 입으면 투박해 보여서 추워도 참으며 봄을 맞았다. 3은 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마음은 봄을 맞이한다. 추워도 안 추운 척하며 양지바른 곳을 찾 걸어 다닌다. 봄은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처럼 빨리 오지 않고 약을 올리고, 멋쟁이들은 추위를 참으며 산뜻한 봄옷으로 봄을 부른다. 젊음이란 참으로 좋은 것 같다. 멋을 위해서라면 추위를 견딜 수 있다. 미니 스커트에 얇은 스타킹을 신고 다니며 멋을 부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추우면 무조건 껴입고 산다. 눈부신 햇살이 세상을 밝게 비춘다. 이러다간 봄이 너무 일찍 온다고 불평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얼마만큼의 눈이 더 올지 모르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4월이면 여기에도 쌓인 눈이 녹고 꽃이 피는 봄이 올 것 같다. 해마다 봄이 온다고 좋아하면 눈이 와서 예쁘게 피는 앵두꽃과 사과꽃이 얼어 실망을 곤 하는데 올해는 겨울이 덜 추워서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봄은 그저 사계절 중에 하나인데 유난히 기다려진다. 어느새 나무들의 움이 커져서 언제라도 금방 터질 듯하다. 며칠 전 땅을 헤집고 나오던 튤립은 며칠전에 온 눈에 파묻혀있는데 일찍 나와서 얼어 죽는 보다는 나을 것 같다. 사람의 힘으로 겨울을 보내고 봄을 가져다 좋을 수 없기에 마냥 기다려야 한다. 자연은 때를 알고 갈 때를 안다. 어쩌다 일찍 찾아온 겨울 때문에 놀라기도 하고 겨울에 잠깐 다니러 온 봄에 기대를 하기도 하지만 자연은 자연만의 법칙이 있고 때를 알고 오고 간다. 인간이 지혜롭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자연을 따라갈 수 없다. 자연은 욕심이 없고 순리에 따라 순응한다. 살아가면서 버리고 비우지 못하는 인간의 욕심 많은 마음은 자연을 따라가지 못한다. 갈 때가 되면 붙잡아도 가고, 올 때가 되면 오지 말라고 막아도 오는 게 자연이다. 인간은 자연을 더럽히지만 자연은 인간의 삶을 돕는다. 욕심 많고 질투와 시기가 많은 인간들의 만족을 위해 자연은 파괴된다. 자연을 파괴하면 결국 피해는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이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자연과는 반대로 소를 위해 대를 파괴하는 인간의 욕심은 결국 인간을 위한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일이 너무나 많다. 생수가 간편하고 깨끗하다고 해서 너도나도 사 먹는다. 하지만 세월 따라 장담점이 발견되어 불안감을 조성시킨다. 실험 결과 미세 플라스틱이 많고 균이 많다고 하는 말을 듣는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다. 좋다고 선전하고 나쁘다고 악담을 하는 세상이다. 자연 속에서 살 때는 무엇이 좋은지 무엇이 나쁜지 알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좋다고 했다가 나쁘다고 하여 무엇이 진실인지 정답을 모른다. 결국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인간이 만들기에 수 없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의 혜택 속에 순응하며 살면 좋으련만 그게 불가능하다. 자꾸 연구하고 발전시키며 인간의 삶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실수도 하고 파괴하게 되어 본질을 상실한다. 자연스러운 사람이 매력 있고, 자연스러운 행동이 더 아름답다. 욕심은 욕심을 낳고 의심은 의심을 낳는다고 한다.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잘살고 싶고 권력을 누리며 남보다 더 멋지게 살고 싶겠지만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 속에서 자연을 닮으며 살아가면 전쟁도 없을 것이다. 더 많이, 더 높이도 좋지만 때를 알고 오고 가는 자연의 지혜와 슬기를 배우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하얀 눈에 반사되는 햇살이 세상을 눈부시게 하는 한낮이다. 겨울이 가지 않아도, 봄이 오지 않아도 좋다. 이대로의 삶이 나름대로 멋지다. 눈이 쌓인 뜰을 바라보며 봄을 기다리는 나는 이미 봄을 만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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