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ng Sook Lee Mar 08. 2024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맑고 푸르다. 눈이 쌓인 을 보면 봄이 올 것 같지 않은데 봄은 땅속으로 온다. 강력한 봄 햇살이 겨울을 녹인다. 오늘 아침만 해도 영하 20도였는데 내일은 영상이 된다고 하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 봄은 땅속으로 온다고 하니 기다려본다. 양지바른 남쪽땅은 어느새 눈이 녹아 마른 흙이 조금씩 보인다. 머지않아 파릇파릇한 새싹이 땅을 뚫고 나올 것을 상상해 본다. 마른 나뭇가지에 참새가 앉아 짹짹대며 봄이 온다고 소식을 전하는 것이 보인다. 해마다 이맘때쯤에 봄이 언제 오나 하다 보면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사람들의 옷이 가벼워지면 봄은 떠나려고 한다. 봄이 가기도 전에 그리워지는 봄이다. 봄이라고 해도 그저 똑같은 일상의 나날인데도 봄은 기다려진다. 봄이 되면 할 일도 많다. 겨우내 게으름을 피우며 미루어 놓았던 일들이 언제 할 거냐고 나를 쳐다본다. 치워야 할 것도 많고 정리할 것도 많은데 몸은 가만히 있다.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할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지는데 손가락은 핸드폰만 가지고 논다. 여기저기 둘러보면 버릴 것도 많고 필요 없는 것들이 많다. 필요해서 샀겠지만 따지고 보면 사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사놓고 고민한다. 없어도 되는 물건들이 참 많은데 나가면 여전히 무언가를 사들인다. 있는 것도 버릴 참에 무엇 때문에 자꾸만 사는지 모른다. 언젠가 길 건너 집에 살던 사람들이 집 앞에 커다란 쓰레기통을 놓고 오만가지를 버리던 생각이 난다. 필요해서 산 물건들이 세월이 지나 불필요하게 되어 쓰레기가 된다. 아파트에 살다가 지금 사는 집에 이사를 왔을 때는 살림이 별로 없었는데 35년을 살다 보니 살림이 많아졌다. 아이들이 쓰던 물건이 있고, 나가서 살 때 쓰던 물건을 가져다 놓았다. 결혼을 하고 새 살림을 사고, 안 쓰는 물건을 집으로 가져오며 이런저런 물건들이 집안 가득이다. 물론 틈틈이 버리기도 하고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짐이 많다. 요즘에는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서 책장이 필요 없다. 아이들 자랄 때 방마다 넣어 주었던 책장도 지하실로 내려간 지 오래되어 자리만 차지한다. 사람이 사는 동안 물건이 없어서 고민하는 것보다 물건이 많아서 골치 아픈 경우가 많다. 미니멀 라이프가 생긴 이유 중 하나이다. 아이들이 나가고 남편과 둘이 산지도 15년인데 냉정히 따지면 큰집도 필요 없고 많은 가구도 필요 없다. 매일매일 출근을 하지 않으니 많은 옷도 필요 없고 사람들을 초대하지 않으니 부엌살림도 필요 없다. 옛날에는 유행하는 그릇을 보면 사고, 전자제품도 유행 따라 샀는데 그 모든 것들이 짐이 되었다. 물건이라는 것이 한번 사면 오랫동안 사용하기 때문에 비싸고 좋은 것을 산다. 그러다 보면 버릴 때 아까운 생각이 들어 자꾸만 미련이 생긴다.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끼고 있으려니 자리만 차지하고 복잡하다. 옛날에는 어른들이 사용하다 좋은 물건을 아이들이 물려받으며 살았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다. 각자 개성에 맞는 물건을 사서 사용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물건들이 많다. 집이 그리 크지 않아도 하나둘 살림이라고 장만하다 보면 집안이 가구로 꽉 찬다. 살 때는 살림 사는 재미로 샀는데 이제는 줄이는 게 문제다. 전화 한 통이면 모든 것을 가져가는 회사도 있다고 하니 세상이 편해졌다. 이렇게 살다가 필요 없는 날이 오면 그렇게 하면 되니 걱정하지 말자. 오랜만에 아이들이 오면 부족한 것 없이 넉넉하게 있다가 가는 것이 좋지만 언젠가는 이 집을 떠나야 한다. 한꺼번에 치우면 되지만 늘어져 있는 물건들을 보면 은근히 걱정도 된다. 두식구 먹는데도 하루에 음식 찌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놀란다. 버리는 것도, 낭비하는 것도 없는데 왜 그런지 모른다. 요즘에는 안 사려고 작정을 하고 나간다. 물건을 보면 자꾸만 손이 갔는데 지금은 필요 없다 생각하고 안 산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다 있는데 여유로 이것저것 사다 놓으면 결국 버리게 되는 낭비가 된다. 옷도 신발도 가구도 음식도 있는 것 쓰다 버리며 사는 게 최고다.


필요 없는 것 많은 것보다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자.


(사진:이종숙)
작가의 이전글 땅에는 겨울... 하늘에는 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