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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r 28. 2024

사람도 물건도... 한줄기 바람이다


세상의 물건들은 바람이다. 잠시 머물다 어디론가 가는 바람처럼 내 것이 아니다. 아무리 소중하고 좋아도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지나간다. 부모형제와 가족이 되었다가 짝을 만나 가족을 이루고 자식들은 또 가정을 떠나 저들 나름대로의 가족을 이루며 산다. 잠시 머무는 바람이 있고 오래 머무는 바람이 있듯이 서로가 살다가 시간이 되면 바람이 되어 어디론가 간다. 현대는 고독의 시대라고 한다. 혼밥, 혼술을 하며 혼자 살다가 혼자 늙어 떠난다.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잘하는 사람도 나이가 들고 활동이 어려워지는 날이 온다. 많은 친구들도 바람 따라 떠나가고 새로운 친구들이 바람 따라오고 가지만 결국 혼자 그 바람을 맞고 견디며 살아야 한다. 모으고 쌓으며 살다 보니 이제와서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열심히 사다 모은 물건들이 즐비하게 집안에 놓여 있는데 없어도 되는 물건들이다. 소파가 없으면 바닥에 앉으면 되고, 식탁이 없으면 쟁반에 놓고 먹으면 된다. 여러 벌의 옷도, 그릇도, 신발도 필요 없다. 손님이 드나들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굳이 외출을 하지 않아도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영상으로 통화하고 세상 돌아가는 모습도 텔레비전이나 유튜브를 보면 대충 알 수 있고 알아도 그게 그거다. 사람들은 특별한 것들을 만든다고 하지만 결국 우리가 예전에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조금 발전시켰을 뿐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노인들 복장을 좋아한다고 한다. 예전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입던 옷들이 매력이 있어 입는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구두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지더니 이제는 드레스에도 운동화를 신는 게 유행이다. 그저 편하고 단순하게 산다. 누가 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나에게 맞고 편하면 된다. 삶은 예술이다. 각자의 개성을 살려 작품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면 된다. 추상화를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고 각자의 시선에 맞게 받아들이면 된다. 살림을 늘리고 화려하게 사는 것이 좋을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번거롭지 않고 단순하게 사는 게 좋다.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사랑을 받고 인정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영원하지 않다. 외롭고 우울한 날이 있고 혼자서 삶을 이어가야 하는데 육신은 나날이 늙어가고 생각도 희미해진다. 먹는 것도, 는 것도 힘들어지는 날이 오고, 인간은 모두 나름대로 인생의 겨울을 맞이해야 한다. 백세인생이라고 백 살 넘게 사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건강하다고 해도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지인이 70대일 때 90세가 넘은  어머니를 모시기 너무 힘들다고 하던 것이 생각이 난다. 부모가 100살이면 자식도 70- 80이 된 노인이기에 힘들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부모를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같이 살다 보니 너무 힘들었는지 “나도 힘들어 죽겠어” 라며 투정을 하는데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닌 것 같다. 부모가 늙으면 자식도 늙고 당연히 부모 부양이 힘들다. 이제는 자식 없이 딩크족으로 사는 사람이 많아지고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기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많고 많은 물건을 사기는 참 쉽다. 손가락 하나로 갖고 싶은 것, 예쁘고 멋있는 것을 앉은자리에서 사는 세상이니 물건이 많아진다. 사고 또 사다 보면 넘치고, 싫증 나면 버리고 새로운 물건이 나오면 또 산다. 요새 물건 값을 보면 돈이 돈이 아니다. 너무 황당한 가격에 가격을 다시 확인게 된다. 명품 가격에 놀라 자빠질 정도다. 비싼 것 가지고 다닌다고 사람이 달라질지 모르지만 돈 벌기 힘든 것 생각하면 감히 살 생각을 못할 텐데 산다. 비싼 명품을 명품으로 알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부기지수인데 모든 것이 허영심에서 비롯된다. 돈이 있고 없고를 막론하고 일단 물건을 사고 나서 보자는 생각인데 과연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많이 벌고 많이 쓰며 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남의 주머니에서 돈 꺼내기가 그리 쉽지 않다. 생각 없이 살아가는 것이 마음 편하고 좋다고 하지만 사람들 물건 사는 것 보면 겁난다. 안 사도 되고 없어도 되는 물건을 기분에 따라 사고 버리고를 반복한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백 불하는 벨트나 몇천 불, 몇만 불 하는 가방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지나치다. 인구의 4퍼센트가 풍요롭게 살아가고 6 퍼센트가 빚 없이 살아가고 90퍼센트가 근근이 살아간다는  통계가 있다. 역설적으로 부자들은 더 많은 돈을 벌게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하게 되어 부자들을 위한 세상이 되어간다. 기본적인 것만 가지고 살 수는 없지만 요지경 같은 세상이다. 없어도 있는 척하며 살아야 하고, 몰라도 아는 척하며 살아야 무시를 당하지 않는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지만 가난이 죄가 되어간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부자가 되어야 하는 세상이다. 마약이 범람하고 법은 있으나마나 하고 죄인들은 큰소리를 치며 거리를 활보한다. 양심도 예의도 없고, 도덕도 배려도 없는 세상이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게 아니고 남의 것을 훔치고 사기를 치며 산다. 사기꾼들은 교묘하게 파고들어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점점 많아진다. 그럴싸하게 포장한 말과 치밀한 계획으로 다가오면 누구나 당하게 된다. 핸드폰이 없으면 안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루에도 많은 사기꾼들이 전화를 하여 시시 탐탐 빈틈을 노린다. 정신 바짝 차린다 해도 당하는 실정이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욕심이 있어서 넘어간다. 세상을 너무 잘 알아도 걱정이고 너무 몰라도 걱정이다. 자신이 없으면 욕심도 버려야 하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더 벌고 싶은 마음에 걸려드는 것이다. 세상은 생각처럼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늘게 오래 사는 것이 좋은 것인지, 굵고 짧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뿌린 대로 거두는 인생의 진리 안에 해답이 있다. 사람도, 물건도 한가닥 바람일 뿐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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