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by Chong Sook Lee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살아도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간다

하늘은 하늘대로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고
계곡은
얼음을 녹이며
강을 향해
열심히 흘러가고
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이
하늘을 향해 뻗는다

봄이 안 온다고
웅크리고 있는 사이
봄은
땅속으로
우리를 만나러 오고
따스한 햇살로
부드러운 바람이 되어
살며시 찾아온다

가을에 쓰러져 누운
마른풀들은
하늘을 보고 누워있고
양지쪽에
새로 나오는
초록이들은
앞서고 뒤서며
들판을 덮는다

가지 않을 것 같은 겨울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오지 말라고 해도 오고
가지 말라고 해도 가는
자연의 섭리에
고개가 숙여진다

삶은 그렇게
이어지며
온 곳으로 돌아간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봄처럼 피어나고
꿈처럼 사라진다

아지랑이 곱게
피어나
아련한 추억을 가져다주고
망각의 물결 따라
잊혀가는 인생
체념은
또 다른 희망을 가져다주는
명약 같은 것

희망이 없으면
절망도 없고
기대가 없으면
체념 또한 없는 것
무심하게 흘러가는
물이 되어
모이고 흩어지는
뭉게구름이 되어
아무 일 없이 지나간 어제와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또 다른 오늘이 되어
오는 내일에 산다


(사진:이종숙)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