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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우울한 날

by Chong Sook Lee


아무런 할 말이 없고
그 무엇도 원하지 않는다
갖고 싶은 것도 없고
가고 싶은 곳도 없고
보고 싶은 사람도 없다
알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할 이야기도 없다


사람들도
세상도 모두 낯설고
외면한다
알던 사람도
알던 장소도
알던 것들도
모두 잊혀가고
희미해지고
아무런 것도 남아있지 않다


무언인지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알고 싶지도 않고
예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
새들처럼
나무처럼
무심히 살고 싶다


되는 대로
아무런 생각 없이
살다 보면
흐르는 물이 되어
부는 바람이 되어
살아가는 세월처럼
살고 싶다


기쁨이 없으면
슬픔도 없겠지만
바라는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이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며
가진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고 싶다


세상 모든 것들이

부질없고 허망할 뿐

희망도 소망도 없이

살아지기에 그냥 산다


(사진: 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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