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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y 01. 2024

4월 말일에... 내리는 폭설


비가 오더니 눈으로 변한다.

4월 말일날 눈이 온다.

그것도 조금이 아니고 펑펑 쏟아져

순식간에 잔디를 하얗게 덮는다.

비나 눈이나 관계없이

나무들은 좋아라 하는데

이제 막 피어나는

야들야들한 개나리꽃은

어떨지 모르겠다.

몇 년 동안 죽은 척하고

꽃도 안 피고 몸을 사리더니

어제 그제 내린 비로

꽃을 피운다.

잔디를 정리하러 나간 남편이

빨리 나와보라며 불러

나가 보니 개나리가

보란 듯이 피어있다.

무엇이 그리도 힘이 들어

몇 년을 벼르고

이제야 꽃을 피우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어쨌든 참 예쁘고 대견하다.

오래전

지인이 가져다준 개나리가

꽃을 피우지 않아

이제는 뽑아버려야겠다는

생각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 같다.

샛노란 꽃이 예뻐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눈이 많이 오니

얼어 죽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내 마음을 알고

남편이 비닐을 덮어주었다.

어쨌든 얼지 않아야 하는데

얼마나 더 많은 눈이 올지 모르지만

눈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괜히 마음이 답답하다.

봄이야 때가 되면 오겠지만

4월 말에 오는 눈이라니 황당하지만

벌써 산불이 나기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비가 아닌 눈도 고맙다.

가뭄 때문

쩍쩍 갈라진 땅을 보며

한숨짓는 농부들에게는

그야말로 희소식이다.

며칠 전 미국 어딘가에는

토네이도가 도시를 덮쳐

도시전체가 만신창이가 된

뉴스를 보며

자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이 간다.

눈이 오면 어떻고

비가 오면 어떤가

적당히 오기만을 바라는 마음

그것도 어쩌면

심인지도 모른다.

하늘이 내리는 모든 것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땅의 지혜를 배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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