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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y 21. 2024

많이 웃고... 오래 건강하기

5월 하순인데 아직도 춥다. 오늘 아침 온도가 영상 5도인데 체감온도는 영상 2도라고 나온다. 며칠 비가 와서 가뭄이 해갈되고 산불에도 도움이 되산불 때문에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대피해야 했던 사람들이 조금은 안심이 된다. 오늘도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하는데 얼마나 올지 하늘은 여전히 어둡다. 비가 오고 춥고 하니 음산하여 꼼짝도 하기 싫지만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생긴다. 사람들을 만나고 교회를 가고 병문안을 하다 보니 하루가 간다. 병문안을 하고 돌아오는 마음이 너무 가라앉는다.


얼마 전 까지도 교회 활동을 열심히 하며 봉사를 하던 형제님이 폐암말기로 고생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허망한 마음이다. 사람이 한 치 앞을 모른다고 하지만 아직 살날이 많은데 기력 없이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에 할 말이 없다. 지난번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는 그나마 알아보고 웃으며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상태가 더 안 좋아 보인다. 약물 때문에 잠에 취해 눈의 초점도 못 맞추고 말할 기운이 없어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 옆에서 간호하는 자매님도 피로한 모습이 역력한데 위로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왔다.


무슨 말로 어떤 위로를 할지 그저 눈을 보고 손을 잡아주며 힘내라는 포옹으로 위로를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간호사인 딸도 아빠의 병간호를 위해 휴가를 받고 옆에서 정성을 다해 돌보고 있는데 별 차도가 없으니 지쳐있는 모습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건강이 최고라는 말을 하며 산다. 지금 건강하다고 장담하고 살지만 어느 날 도둑 같은 병마가 몸에 들어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많은 사람이 일을 하 돈을 벌고 취미나 특기 생활을 하며 건강에 신경 쓰지 않고 무심히 살아간다.


누구나 건강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뜻대로 안 되는 게 우리네 인생살이다. 한 15년 전 남편이 이유를 알 수 없는 복통 때문에 5년 동안 해마다 병원을  들락거리던 생각이 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몸은 정밀기계와 같아 이상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즉각 반응을 하며 반기를 든다. 멀쩡하던 사람이 배가 아프다고 얼굴이 하얘지고 손발이 얼음장같이 차지면 이상이 생긴 것이다. 하루는 남편이 성당에서 미사를 보다가 갑작스레 배가 아파서 부리나케 병원 응급실로 간 적이 있다.


열이 너무 많아서 사지를 떨어 이런저런 검사를 하였는데 결과는  관이 막혀 염증이 생긴 것이다. 심한 복통으로 모르핀을 맞고 스탠스를 끼는 시술을 하고 며칠 동안 입원을 하고 나서야 진정된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여러 번 복통으로 인한 입퇴원을 반복하며 아픈 남편도 간호하는 나도 건강의 중요을 경험했는데 작년 8월에 다시 복통으로 입원을 하였다. 아무런 전조증상이 없이 밥을 먹고 난 남편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땀을 흘리며 뒹굴며 얼굴이 백지장같이 하얘져 응급실로 달려갔다.


병력이 있는 남편의 차트를 보 급하게 검사를 하였는데  커다란 담석 몇 개가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고 하루 입원하여 시술을 하고 나왔다. 한평생 사는 동안 아프지 않고 살기를 바라지만 마음대로 안된다. 인생살이 비 오고, 바람 부는 변덕 심한 날씨 같다. 봄이라고 하지만 봄 같지 않은 날씨처럼 보이지 않는 몸속에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욕심부리지 고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잘 보내면 감사하다. 더 많은 것을  바랄 필요도 없고 더 높이 오르려 하지 말고 오늘 이 순간 건강하게 살면 된다.


이민세월이 길어지다 보니 지난  년 사이에 참으로 많은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나이 들고 병든 사람들을 바라보면 남의 일 같지 않은 세월이 흐른다. 젊은 시절에 앞장서서 봉사하던 사람들의 어깨가 굽어가고 백발이 성성한 모습에  하루하루 잘 먹고 잘자며 잘 지내는 게 최고라고 서로를 격려한다. 병문안 가서 만난 옛 친구와 커피를 마시며 언제 우리가 이렇게 늙었는지 모르겠다며 웃는다. 병마와 싸우다 일찍 세상을 떠난 시동생과 시숙들 그리고 남동생이 그리워진다.


건강 사람이 아프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해 들을 때마다 깜짝 놀란다. 앞으로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사는 길 밖에 없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많이 웃고 살다 보면 건강도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걱정이 없는 사람이 없지만 어찌 보면 걱정을 사서 하는 경우도 많다. 걱정보다는 잘될 거라 생각하며 단순하게 사는 게 지름길이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살면 된다. 봄이 추워도 여름이 올 것이고 지금 하지 못한 것을 나중에 하면 된다.


오늘 내게 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다. 기대보다는 감사하는 오늘을 만들면 좋은 날은 반드시 온다. 어제는 추억이 되고 나와 함께 하는 오늘을 즐기면 된다. 오늘은 어제가 되지만 내일은 오늘이 된다. 우리에게 온 오늘을 잘 대접하며 살자. 오래 건강하기 위해 많이 웃어야겠다. 아픈 이들과 간호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를 빌어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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