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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Jun 07. 2024

민들레가... 홀씨 되어 갑니다


맑은 계곡 옆에

청둥오리 한 쌍이 앉아서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는

한가로운 봄날입니다.


눈이 녹자마자

부지런한 민들레가

세상 구경을 하러

피었다가 지는

무정한 세월이 갑니다


이제는 홀씨만 남아

들판을 덮고

바람이 볼 때마다

어디론가

앉을자리를 찾아

하염없이 날아갑니


홀씨는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가는 곳을 알고 가는 것일까?

지나가는 소녀가

민들레 홀씨를 살며시 꺾어

입으로 불으니 

홀씨들은

사방으로 어집니다


꽃이 피고 지고

열매를 맺고

열매가 익어 떨어지면

한 해갑니


어느새 숲에는

분홍색 해당화가

예쁘게 피고

이름 모를 들꽃들이

하나둘 피기 시작합니다


일찍 피면

일찍 지는 꽃들처럼

우리네 인생도

먼저 가고

나중에 가며 살아갑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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