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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Jun 10. 2024

웃고 살다 보면... 좋은 일도 따라온다


고통은 두려움을 주지만 희망을 갖게 한다. 한 달 전에는 신경통으로 진통제를 먹고 다리를 절룩거리고 다니며 대로 걷지 못하는가 하는 막연한 걱정을 했다. 신경통에 수영이 좋다 해서 열심히 수영을 다녔더니 신경통이 덜해져 살만하다 했는데 감기에 걸려 고생한다. 골골 백 년이라는 말처럼 잔병치레를 하는 사람은 더 오래 산다고 하지만 자꾸 여기저기 아프니까 은근히 걱정스럽다. 옛날 같으면 상노인의 나이지만 백세세대인 지금은 청춘에 불과한 나이인데 아프지 말고  살아야 한다.


몇 년 전 코로나가 유행할 때, 코로나로 한 달간 고생을 해서 인지 그 뒤부터 면역력이 떨어져서 병을 달고 사는 것 같다. 열이 나고, 여기저기 아프고, 으슬으슬 춥고 감기증상으로 며칠 앓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다 보니 몸이 극도로 약해졌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하니 나름대로 운동을 하며 잘 먹고 잘자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아프니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감기에 좋다는 생강과 레몬을 넣고 진한 차를 마셨더니 좋아지는 것 같다.




지난해에도 오랫동안 몸이 안 좋아서 검사를 하는 도중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응급실로 갔던 적이 있다. 응급실이라는 곳이 한번 가면 네다섯 시간은 기다리다 간신히 검사를 받고 처방전 하나 받고 오기 때문에 고생스러워서 웬만하면 안 가려고 하는데 너무 안 좋다 보니 가게 되었다. 필요한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심한 기침을 하는 나에게 의사가 멀찌감치 서서 모두 정상이라고 검사결과를 알려주는데 기가 막혔다.


나는 견딜 수 없이 아파서 응급실에 왔는데 이상 없으니 집으로 가라고 한다. 쉴 새 없이 나온 기침을 하며 의사에게 사정을 했다. “검사 결과가 어떻든 지금 나는 너무 아프다. 오랫동안 기침 하고 열이 오르내리며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인데 아무래도 이상이 있는 것 같다. 폐엑스레이 상으로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니 '폐 시티스켄'을 해보고 싶다.” 고 말을 하니 다행히 의사는 "그래, 한번 해보자." 라며 나를 안심시키고 검사를 했는데 폐렴이었다. 당연히 항생제를 먹고 잘 회복이 되었지만 그때 의사가 안 해주었으면 어떤 일이 있었을지 모른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운이 중요한 걸 알았지만 새삼 다시 실감한 시간이었다. 다른 의사를 만났으면… 그 의사가 안된다고 했으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고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게 된다. 살다 보면 몸이 아플 때도 있고 마음이 힘들 때가 있다. 사랑과 미움, 그리고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괴로워하며 산다. 부모 자식 간에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 애절하게 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산다.


그리운 부모, 형제 그리고 자식들은 옆에 있어도 그리운 존재들인데 하물며 이별한 뒤에는 더할 나위 없이 간절하게 보고 싶다. 하루하루 살기 바빠서 잊고 사는 듯해도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그리움은 막을 수 없다. 이민 온 뒤부터는 부모 형제를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이웃으로 만난 인연으로 이웃들과 끈끈한 정을 맺고 살아간다. 아픔을 나누고 슬픔을 같이하며 고통을 나누고 기쁨도 나눈다. 누군가가 아프면 뭐라도 해주며 위로를 한다.


얼마 전 남편이 자주 아플 때 여러모로 신경 써주시던 이웃들이 생각난다. 살기도 바쁜데 시간 내서 찾아와 위로해 주고 전화로 안부를 묻고 음식을 가져다준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고맙다. 이민 역사가 길어지다 보니  이웃은 형제와 친척이나 다름없다. 세월 따라 나이도 들어가 젊을 때의 모습은 없지만 어쩌다 오랜만에 만나면 옛날이야기를 하며 웃는다. 언제 그 많은 세월이 흘러갔는지 많은 분들이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면 서글퍼진다.


봄 여름이 오고 가며 가을과 겨울이 오듯이 인생도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다 자라서 어른이 되고 가정을 이루며 우리처럼 그렇게 살아간다. 이민 오려고 이런저런 아기옷을 사며 언제 이 옷을 입을까 하며 웃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아이들도 나이가 들어가는 게 보인다.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해는 보이지 않아도 해가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희망 속에 하루하루 살아간다. 집집마다 연보라색 라일락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6월인데 올해는 봄도 없고 여름도 없이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어떤 날이 올지 모르지만 오늘은 너무 춥다.


 얇은 블라우스에 가죽옷을 입었는데 춥다. 이대로 가다가는 가을이 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며칠 전 록키산맥에 있는 제스퍼 공원에 눈이 왔다는 소식이 들린다. 텃밭에 심어 놓은 모종들이 파르르 떨며 자라지 않는다. 햇볕이 쨍하고 뜨면 좋겠지만 무엇을 원하는 것은 욕심이다. 하늘이 하는 일은 하늘이 알아서 하게 하자. 이곳으로 와서 지금껏 살게 한 것도 내 마음대로 된 것이 아니다. 하늘은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을 알려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다. 마음을 바로 잡고 곧은길을 가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걸 이룰 것이다.


욕심을 내지 않고 화도 내지 않고 세상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지만 노력하고 연습하면 평화가 온다. 주위사람들과 다정하게 지내면 복도 덩달아 올 것이다. 삶은 바람이고 계절이다. 지나가 버리면 그만인 바람이기에 제아무리 센 바람이라도 지나간 바람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따뜻하고 덥고 추운 계절처럼 오고 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많이 바라지 말고 좋은 것만 생각해도 짧은 인생이다. 웃고 또 웃으며 살다 보면 좋은 일도 따라온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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