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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바라기가 된 할머니

by Chong Sook Lee


아장아장 걸으며
이것저것 만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18개월짜리 외손자

너무 작아서
안아주기도
겁났던 손자가
어느새 자라
웃고 장난치며
갖은 애교를 다부린다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그 많은 것을 배웠는지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다섯 번째
손자에게 푹 빠진
넘치는 사랑의 감정
그저 보고만 있어도
너무 행복하다

피곤하면
토끼같이 눈을 비비고
자장가를 불러주면
새록새록 자는
천사 같은 모습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고 많지만
잠자는 아기의
해맑은 모습에
비할 수가 없다

발갛게 달아오른
아기의 볼
꿈나라 여행을 하는지
자면서
웃기도 하고
찡그리기도 한다

보고 보고
또 보아도
사랑스러운 손자에게
홀딱 반해버려
아무것도 안 하고
손자만 바라보는
손자 바라기가 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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