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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하늘도 웃는다

by Chong Sook Lee


바람이 분다
뜨겁던 여름은
어디로 가고
추운 바람이
찾아와
옷깃을 여미게 한다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고
꿈은 많아지는데
깨어나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도
밤이 되면
다시
꿈나라 여행을 떠난다

아름답던 추억도
좋았던 날들도
하나둘 잊히고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사는지
모르는 시간이 간다

바람 따라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이
길모퉁이에 앉아
언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며
서로 잊지 말자고
소곤대며 수다를 떤다

솔방울을 입에 물고
급하게 어디론가 가는
다람쥐는
어디로 가는 걸까
흰 눈이 내리면
까먹으려고
어딘가에 숨기는
한적한 오후

힘없이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낡은 이파리들은
한평생 잘 살았다며
땅에 떨어지는
내일이 온다 해도
무섭지 않은 듯이
하늘을 보고 웃는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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