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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y 23. 2020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살아가요



250개의 계단도 한발한발 오르면 된다. (사진:이종숙)


먹고 자고 노는 시간이 길어져 간다. 날짜도 시간도 신경 안 쓰고 산다. 아침에 눈이 뜨면 일어나서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고 아침을 먹는다. 토스트에 계란 그리고 감자볶음과 베이컨 또는 소시지와 토마토를 곁들여 먹는다. 몇십 년을 먹었지만 질리지 않는 게 신기하다. 배가 고파 먹기도 하지만 때가 되었으니 먹는다. 먹다 보면 맛있고 맛있게 열심히 먹으면 배가 부르다. 간단하게 설거지를 하고 산책을 다녀온다. 누가 오라는 사람이 없어도 그냥 나간다.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하루가 너무 길다. 아침에 한두 시간 나갔다 오면 시간도 빨리 가고 기분도 밝아진다. 평생을 일을 하며 밖으로 돌아서 그런지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나가지 않으 면 왠지 우울하다.

밖에 특별한 것도 없지만 집안에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흐르는 강도 보고 들에 핀 꽃도 보면 심심하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어떤 세상이 될까 의문이 생긴다. 한국 뉴스를 보면 한국 인지 서양인지 모를 정도로 서양화되어 간다. 이곳은 약간 보수적인데 비해 한국은 빨리 받아들이고 더 빨리 발전한다. 이곳에 오래 살다 보니 매사가 느린 이 사회를 닮아간다. 뭐 하나 급할 게 없다. 다 천천히 정도를 지켜가며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주의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데 일이 된다. 처음에 이민 왔을 때는 '성질 급한 사람은 못 살 곳'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나도 마찬가지로 되었다. 빨리빨리가 이젠 천천히로 바꾸었다. 오늘 못하면 내일하고 내일 못하면 그다음 날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일이 되지 않는다. 같이 가야 일이 되기 때문에 속도를 맞춰야 한다. 토끼처럼 뛰어가서 잠을 잘 수 없는 현실이라 거북이가 되어 함께 산다. 그렇게 사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오래 살다 보니 그것이 더 좋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천천히 하니 무슨 일을 해도 즐기게 되는 것을 알았다. 사람 사는 것이  일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일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같이 함으로 해서 기쁨을 얻으면 더 오래 할 수 있고 성과도 좋다. 시간을 강 건너듯이 건너가고 넘어가면 어떨까? 세상이 이상해질 것이다. 산짐승처럼 이리 번쩍 저리 번쩍 정신이 없을 것이다. 하기야 요즘엔 비행기를 타고 원하는 곳에 하루 만에 간다. 그것도 이젠 필요 없는 세상이 됐다.

만나지 못하니 가상 쇼를 만들고 집안에서 화면으로 보고 즐긴다. 운동 경기나 음악회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를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웬만한 장사들도 온라인으로 사고팔고 음식점도 배달 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정말 어딜 가지 않아도 안방에서 세계를 다 볼 수 있고 서로 소통하는 시대다. 옛날에 만화로만 볼 수 있던 희한한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요즘 뉴스를 통해 특이한 결혼식이나 졸업식을 많이 본다. 드라이브 스루의 결혼식이나 집 뒤뜰에서의 졸업식이 많다. 식구들이 차 안에 앉아서 큰 화면을 보며 신랑 신부나 졸업생을  축하해준다. 집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감이 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한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날씨가 추워도 별 지장 없이 축하를 해줄 수 있다. 장소만 다르지 축하하며 사랑을 전하는 것은 변함이 없을뿐더러 평생 기억에 남는 특별한 하루를 추억할 수 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에도 사랑이 보입니다.(사진:이종숙)



먼 옛날 많은 사람들은 상대방을 보지 않고 사진만 보고 중매결혼을 했다. 사진이란 것이 알고 보면 사기성이 있는데 그것이 성행할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사진만 보고하는 결혼이니 속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냥 팔자라 생각하고 살았다. 도망갈 수도, 바꿀 수도, 또한 물릴 수도 없으니 살수 밖에 없다. 살다 보면 아이들 낳고 정이 들어 살아가지만 한 많은 삶을 살아간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다시 옛날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 온라인이 없던 시대에는 눈짐작으로 식구들 옷이나 신발을 사고 크면 줄여 입고 작으면 옷감을 이어서 입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그때는 그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때와 다른 점은 온라인으로 만나지도 않고 연애를 하고, 입어보지도 않고 옷이나 생필품을 산다.

물건은 안 맞으면 바꾸거나 돌려보내면 된다지만 사람은?  글쎄 모르겠다. 상상도 못 했던 시대 속에 살아간다. 얼굴이야 영상으로 보면 될 것이고 대충 맞으면 함께 살다가 안 맞으면 고만? 그것도 나는 모르겠다. 알다가도 모르는 세상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적응하며 맞춰서 산다. 안될 것 같은데 되고, 될 것 같은데 안 되는 세상이다. 세상은 그야말로 요지 경이다. 오랜만에 코스트에 볼일이 있어 갔다. 사람들은 차분히 줄을 서서 간격을 두고 서서히 들어가고 손을 닦고 쇼핑카트를 닦고 손세정제로 손을 닦는다. 번거로운 것이 일상화되어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다. 사람들은 거리두기에 익숙해져 간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불과 몇 달 사이에 사람 들은 길들여졌다. 이렇게 세상은 전염병의 강을 건너 또 다른 세계로 접어들고 그 안에서 역사를 만들며 산다.

어느 날 아이들은 커서 그런 날이 있었다며 이야기할 것이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모습이 사진으로 남게 될 것이다. 무섭고 두려운 지금도 이렇게 지나가고 언젠가는 힘들었던 이 시절을 망각하며 살게 될 것이다. 학교나 교회 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던 장소는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 바이러스가 박멸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렵고 혼자만 사는 것도 어렵다.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아름다운 세상이 자꾸만 그리워진다. 모여서 웃고 손잡고 포옹하며 손뼉 치고 먹고 마시고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 하며 자유롭게 살던 때가 너무 그립다. 그러나 그 시절은 다시 올 것 같지 않다. 바이러스로 인하여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을 배웠다. 거리를 둠으로써 바이러스부터 해방이 될 것을 알기에 바라보며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천천히 하다 보면 된다. 조금씩 다가가면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살아왔던 것들을 다시 찾기 위해서 조금 기다려야 한다. 남을 위함으로 결국에는 나를 위함이 된다. 누워서 침을 뱉으면 내 얼굴로 침이 떨어진다. 지킬 것을 지키며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아야 한다. 귀찮아도, 싫어도 , 좋아도 어느 날 우리가 그 자유를 찾게 되는 날까지 자제해야 한다. 소상공인들은 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님들이 물건을 많이 사 가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잃었던 일상을 되찾기 위한 발돋움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이 왔듯이 잃어버린 우리의 일상에도 봄이 올 것이다. '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하자'라는 말이 생각난다.



꽃이 다 져버린 앵두나무는 잎을 달고 있다.(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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