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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Nov 20. 2024

상고대와 함께 오는... 겨울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모르는 하루
어디로 가는지
가는 길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세월이 간다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
기억조차 희미한 나날
오고 가는 세월 속에
하루하루가
묻히는 줄 모르고 산다

의미나 가치를 상실한
나날이 오늘 앞에
고개 숙이고
제멋대로
굴러다니는 낙엽은
지나가는 발길에 차여
갈기갈기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바람 따라 옮겨 다닌다

더러는 강물을 따라가고
더러는 산으로 날아가고
더러는 빌딩 구석에
처박힌 채
앙상한 겨울을 맞이한다

꼼딱 않던 겨울이
슬금슬금 다가와
지붕 위에
나무 위에 상고대를
피우고 세상을 내려다본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포옹해야만 겨울
얼음꽃 핀 나무들이
잠깐 나온 햇살로
사르르 녹아내리는
눈부신 오후 한나절
하루가 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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