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놀고 간 자리

by Chong Sook Lee


조용한 새벽
멀리서
까치가 동네를 깨운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
웅크리고 해뜨기를
기다리는데
구름 속에서
늦잠을 자는
해는 오늘도
감감무소식이다

매일매일
구름 속에만 있으면
어쩌려는지
도통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무들은
오들오들 떨고
지난가을에
떨어지지 않은
낡은 나뭇잎들이
힘없이
눈 위로 고꾸라진다


무심한 바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휙 지나가버리고
화사하던 날들은
지나가버린
추억 속의 기쁨


그리운 날은
지나간 것이 아니고
다가오는 것
아직 멀리 있는데
겨울과
재미있게 놀다 보면
어쩌면
봄이 질투가 나서
일찍 올지도 모른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또 다른 해가 오면
봄은 여름과
손잡고 올 것이다
헛된 바람과
철없는 구름이
놀고 간 자리에
기다림만 쌓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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