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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싫은 겨울... 오고 싶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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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겨울이
그냥 갈 리가 없다

손주들과 열흘 살기
임무수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하늘은 파랗고
눈이 녹은 들판에는
소와 말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다

올해는 봄이
일찍
오려나 하는 생각에
텃밭 농사를 떠올리며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는
봄생각에 빠져있는데
난데없는 구름이
몰려와서 하늘을 덮는다

지나가는
구름인 줄 알았는데
하늘이 어두워지며
순식간에
눈인 듯 비인듯한
진눈깨비가
커다란
눈송이로 변해서
시야를 가린다

와이퍼가
심하게 움직이고
앞에 가는 차들이
속도를 줄이며
생각지 않은 폭설에
고속도로는
긴장감이 돈다

다행히
집이 그리 멀지 않아
힘들지 않게
도착해 하늘을 본다
아직도
쏟아낼 눈이 많은지
여전히 내리는 눈

가기 싫은 겨울은
미련이 많고
오고 싶어 하는
봄은 겨울이 가기를
기다리는데
겨울과 봄의
옥신각신으로
봄눈이 온다

봄눈을 덮고 있는
들판은
다시 겨울이 되었지만
비대신
눈을 마시며
땅속에서
찬란한 봄은 피어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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