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바쁘게 돌아다녔는데
꿈을 깨니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다
생각 날듯 말 듯
희미한 기억뿐
뚜렷하게
생각나는 게 없다
지나간 날들
하루하루가
사무치도록
생생했는데
지나고 보니
지난밤 꿈처럼
어렴풋이 생각날 뿐
꿈같이 지나가고
언제 그 많은 시간이
지나가 버렸는지
희미한 기억만 남았다
영원히 남아 있을 거라
믿었던
아름다운 날도
결코 잊지 않겠다던
맹세도
파도가 지워버린
모래 위에 글씨처럼
보이지 않는다
모래성도
발자국도
언약도
가슴 어딘가에
숨겨진 채
파도에 묻고
바람처럼 가버린 현실
삶은
오늘만 존재하는 것
지금 내가
살아 숨 쉬고
만나서 사랑하고
좋아하며
행동하는 이 순간에
살아있는 것
지나고 나면
잿빛의 재가 되어
잊히고
묻히고 사라지는 것
잊지 않고
기억하려 해도
잠을 깨면
사라지는 꿈처럼
지나간 것들은
지나간 날들과 함께
바람처럼
지나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