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힘을 빼세요

by Chong Sook Lee



정말 생각보다 잘 안된다. 남들 하는 것 보면 쉽게 하는 수영이 왜 이리도 안되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수영한 번 배워보려고 시도했는데 그리 쉽지 않다. 머리로는 대충 이해가 되는데 물속에만 들어가면 몸이 제멋대로다. 몸에 힘만 빼면 되는데 힘 빼기가 무엇이 그리 어려워서 수영장에만 가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자꾸만 가라앉는다. 갈 때마다 물과의 싸움으로 녹초가 된다.

무언가를 새로 배우려면 모르는 것 투성이고 요령을 모른다. 모르면 긴장하고, 긴장하면 몸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서 긴장을 풀기 위한 준비 운동을 한다. 준비 운동을 해도 몸이 풀리지 않는 것은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몸을 경직시킨다. 경직된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는 것에는 두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마음을 비우고 몸에 힘을 빼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무엇을 할 때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기 때문에 긴장을 한다.

아주 오래전이다. 아이들이 수영강습을 받을 때 의외로 아이들이 수영을 쉽게 배우는 것을 보고 나도 등록을 했다. 기초반에서 눈 감고 팔을 펴고 앞으로 나가는 것을 배웠지만 안되는 것을 억지로 하려 하니 숨이 차고 발에 쥐가 나서 그만둔 후로 수영에 대한 자신이 없어 오랫동안 수영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는 나 자신을 "수영을 못하는 사람"으로 단정 지었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척 부럽지만 나 자신이 수영을 못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저 나도 수영을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 기회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정년퇴직을 하고 집에 있기가 너무 무료해서 동네에 있는 체육관으로 구경을 가 보았다. 여러 가지 운동 기계와 수영장이 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것을 보니 은근히 나도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어 등록을 했다.

근 30여 년 만에 수영을 시작했으니 당연히 안된다. 맥없이 가라앉는 몸은 물과 싸운다. 물 위에 몸이 떠야 하는데 몸에 힘을 주니 자꾸 밑으로 가라앉는다. 발목 차는 물에서 빠져 죽을 뻔한 사건도 있었다. 생존수영이라도 배우려고 몸에 힘을 빼고 물 위에 가만히 누워 본다. 잠깐 동안 손 발을 움직여 보니 빠지지 않고 떠 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심장이 빠르게 작동하고 금방이라도 빠져 죽을 것 같아 불안하다. 발을 딛고 서 보려 하는데 안된다. 헛 발질을 하며 허우적거리다 물을 먹는다. 입으로 코로 들어간 물 때문에 고통스럽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레슨을 받으려 했지만 가격이 엄청 비싸다. 1년 회원 요금이 450불인데 일주일 수영강습이 135불이란다. 돈을 들여 수영을 배우면 제대로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일단 물과의 화합이다. 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물과 친해져야 하기 때문에 독학으로 수영을 배우기로 했다. 수영에 대한 영상을 찾아 공부를 하고 다음 날 얕은 물속에서 연습하며 하나 둘 익혀 가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그렇게 하다 보니 수영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관계와 다를 바 없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을 만나서 친해지기 위해서는 친절하게 마음을 다하여 상대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또한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 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 서로 믿으며 상대가 원하는 뜻을 이해할 때 좋은 관계가 성립한다. 그처럼 물과 가까워지려면 물의 흐름을 알아야 하고 물의 성질을 배워야 한다. 무조건 나의 고집을 내세우며 내 마음대로 하고 나의 욕심을 채우려 한다면 사람들이나 물과의 관계에서 패배할 것이다. 하루하루 수영을 배우며 내가 그동안 몰랐던 원리를 조금씩 깨달으며 물 하고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토록 무서운 물이 이제는 나의 친한 친구가 되었다. 구명조끼를 벗고 머리도 물에 집어넣어 본다. 다리도 파닥거려 보며 손도 움직여 본다. 몸이 뜨고 앞으로도 갈 수 있다. 구명조끼를 입고도 무서워서 감히 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팔을 열심히 움직이니 몸이 뜬다. 이젠 수영이 몸에 서서히 익어가나 했더니 다시 허우적거리며 물을 먹는다. 몇 미터 가다가 갑자기 자신이 없어 일어서려 하지만 발이 땅에 닿지 않고 휘청 거린다. 나는 몸의 균형을 잃고 어딘가 붙잡을 곳을 찾아 물속을 헤맨다. 여전히 물은 무자비하게 코와 입을 강타한다. 허리밖에 안 차는 물에서 혼자 쇼를 한 것이었다.

그럭저럭 물과의 친분을 쌓은 지 몇 달이 지났다. 수영을 잘하지는 못해도 머리도 집어넣고 발과 팔을 움직이며 앞으로 간다. 무서움도 두려움도 서서히 사라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물장난을 치게 되었다. 쉬고 싶을 때 서고 가고 싶을 때 간다. 물을 좋아하니 물도 나를 좋아한다. 물을 신뢰하니 편안한 마음으로 여러 가지 수영법을 배운다. 수영선수가 될 것도 아니고 수영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닌데 마음을 급하게 먹을 필요가 없다. 천천히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물 위에서 자유롭게 수영을 즐길 수 있으리라.

수영장에는 취미로 하는 사람이 있고, 선수 생활을 했던 사람도 있다. 몸이 불편하여 운동을 하기 위해 오고, 통증이 심한 신경통 환자도 통증을 잊기 위해 찾는다. 처음 수영장에 왔을 때 물속에서 허우적 대는 것을 옆에서 보던 사람이 " 몸에서 힘을 빼야 해요."라고 하던 말을 기억하며 서서히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도 무거웠던 몸은 새털처럼 가볍게 물 위를 헤엄쳐 간다. 저항하지 않으니 물은 나를 감싸 안는다.


물과 나는 서로 호흡을 맞춰가며 한 몸이 되어 물 위에서, 물 안에서 춤을 춘다. 사람도 서로를 알고 나면 대하기가 편해지듯이 물을 알고 나니 몸에서 힘을 뺄 수가 있다. 모든 것은 상대성이 있다. 한쪽만 잘났다고 하면 다른 한쪽은 동행의 의미를 상실한다. 서로가 이해하고 믿음으로서 서로의 관계가 성립된다. 오랫동안 부러워하던 수영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내 것이 되었다. 만일 내가 실천을 하지 않았다면, 기회를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도 나는 바라만 보는 사람으로 살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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