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가 사람 잡는다.

by Chong Sook Lee



그 친구가 오해를 했나 보다. 날마다 연락하고 시간 날 때마다 와서 식사도 하던 사람이 전화도 없고 발길을 딱 끊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 나름대로 생각해 보아도 이유를 알 수 없다. 물론 사는 게 바빠 며칠은 그렇다 치더라도 연락을 끊은 지 꽤 오래다. 큰 형네 들락거리듯 하던 사람이 아무런 연락이 없으니 답답 하지만 대 놓고 물어볼 수 없다. 화가 나도 보통 난 것이 아닌가 보다.


오해를 해도 많이 한 것 같다. 시간이 가도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이제 인연을 아주 끊자고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간간히 연락을 해도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끝이다. 무언가에 화가 난 듯 말 섞기도 싫은지 아무런 말이 없다. 내가 무얼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러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차라리 이래저래 해서 기분 나빴다고 말을 하면 좋을 텐데 묵묵부답이니 참으로 답답하다.


근 20년 전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어 오랫동안 친분을 쌓고 살아왔다. 맛있고 귀한 것이 있으면 아까운 줄 모르고 서로 나누어 먹고 도움이 필요하면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왔다 갔다 했다. 자주자주 만나면서 정말 친하다고 생각하고 믿었는데 어떤 일로 오해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옛날 오래전에도 한번 다른 사람과 비슷한 일이 있어 한동안 노심초사하던 기억이 떠 오른다. 이유도 모르게 친한 사람이 갑자기 돌아 선 경우다. 결국에 가서는 돌아서서 왕래 없이 지내는 사이가 된 것은 나중에 알고 보니 중간에 누군가의 이간질로 생긴 일이었다.


내가 그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질투한 쪽에서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내가 했다고 가서 말을 하는 바람에 오해하여 친했던 사이에 금이 간 것을 한참 지난 뒤에 알게 되었지만 이미 시간이 가고 좋았던 감정도 식은 뒤이기에 관계는 다시 연결이 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고 한다. 오해도 풀 때 풀어야 한다. 이해하고 사과도 하고 용서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사인데 한번 잘못 들은 이야기로 그토록 오랫동안 쌓아왔던 친분을 끊고 만다면 양쪽 모두에게 좋을 것이 없다. 지금 당장이야 화가 많이 나겠지만 그것이 오해일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고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 없이 오해를 받은 사람도 서서히 체념을 하고 언젠가는 마음의 문을 닫을 것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한쪽이 반응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잡고 있던 끈을 놓아 버린다. 물론 나는 별것 아닌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상대방은 크게 자존심이 상할 수가 있다.


그래도 알지 못한 채 오해받는 쪽은 답답하고 속이 상한다. 마치 문제의 답을 아는 선생님이 답을 모르는 수험생의 안타까운 심정을 알 수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다 내 잘못일지도 모른다. 남이 이간질을 했던 내가 말이나 행동으로 실수를 했던 다 나의 잘못임을 인정해야 한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하는 오해 이거늘 하물며 남인데 서운하면 다 오해한다. 인간관계란 좋을 때는 한없이 좋지만 한번 사이가 벌어지면 무섭게 넓어져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다. 한쪽에서 거리를 좁혀 보려고 노력할수록 사이는 더 멀어지고 급기야는 원수지간이 되는 것이다.

이제 연말이 다가온다. 한 해 동안 고마웠던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소식 없던 이에게도 연락하며 서원했던 마음을 전하며 새해를 기약하는 시기이다. 서로의 잘못을 이해하고 알게 모르게 했던 오해도 풀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더 좋은 날들을 다짐할 때이다. 그야말로 우리가 살면 백 년 이백 년 사는 것도 아닌데 작은 일에 오해하며 원수가 되어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잠깐의 오해로 좋았던 사람을 잃지 말아야 먼 훗날에 후회가 없을 것이다. 오해하는 사람이 풀어야 아무것도 모르고 오해받는 사람이 자유로워 짐을 알아야 한다. 시간이 가고 오해가 풀어지기를 기다려 본다. 세월이 흐르면 오해한 마음도 묽어질 것이다. 사랑도 미움도 세월 앞에는 당하지 못한다. 언젠가 다시 다정했던 옛날로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그것도 내 마음대로 안 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는 말처럼 좋았던 때를 생각하며 오해를 풀고 전처럼 우정을 쌓아가며 사람 사는 맛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야말로 오해는 사람을 잡는다는 말이 생각나는 날이다. 모든 오해는 착각과 욕심에서 시작된다. 친하다고 생각하고 더 친하고 싶은 마음에 더 많은 것을 바란다. 친할수록 조심하고 친하고 싶을수록 더 많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나의 생각과 뜻이 남들과 다르듯이 사람들도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큰 잘못을 작게 만들 수도 있고 적은 잘못을 크게 받아들일 수도 있음을 알자. 세상에 생겨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남의 탓 만은 아니다. 그저 잘못은 내게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모든 것이 나로 인하여 생겨난 일이니 그저 탓이라 생각하니 미움도 원망도 사라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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