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은... 자리를 지키는 자연

by Chong Sook Lee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는지
오늘도
살기 위해 하루를 연다


때가 되면
피고 지는 꽃들

열매를 맺고
떨어지는 나무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겨울을 이겨내고
다시 살아나는 자연


봄이
없나 보다 실망할 때
피어나는 온갖 생명
개미와 벌과
새들이 제 세상을 만나
꽃을 찾고
땅 위를 걸어 다니며
하늘을 날아다닌다


사람들은
권력다툼을 하며
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난리를 치는데
자연은 할 일을 한다


만물의 영장은
싸우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남의 것을 뺏고
주인노릇을 하느라
세월 가는 줄 모른다


나무 꼭대기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는
까마귀가
주인이라고 깍깍 대고
떠들지 말라고
소리를 지른다


욕심이 지나치면
눈이 멀고
귀가 닫히는데
권력에 눈이 멀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인간의 발길


녹음이 짙어가는
여름 한낮의 평화는
어디로 갔는지
주인을 가리기 위해
주인을 찾지만
주인은 이미 정해진 것


찢고 싸우는
전쟁터에는
주인이 보이지 않고
허수아비 하나
논두렁에서

바람에 흔들린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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