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마음으로... 평화 속에 사랑도 저금하자

by Chong Sook Lee




사랑을 저금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저금하기는커녕 마이너스 통장이다. 날마다 나는 엄청난 사랑을 받으면서도 저금하기는커녕 매일 꺼내서 받아만 먹다 보니 언제나 모자라다. 사랑이라는 것은 주고받으며 돌고 도는 것인데 그 사랑을 내가 나한테 온 것을 딱 잘라먹어 버렸으니 저금이 안된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사랑을 저금해 놓으면 사랑이 식어갈 때 저금한 사랑을 꺼내면 사랑하는 마음이 다시 타오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할 사람은 세상에 하나도 없는데 사람을 골라서 사랑을 하면 불공평하다. 이 사람은 이래서 좋고, 저 사람은 저래서 싫다고 편을 가르다 보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은 사랑이 넘쳐나 흘러가 버릴 것이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이 모자라 목마름에 말라비틀어질 것이다. 그래서 창조주는 인간 누구에게나 선악이라는 씨앗을 심어 주었다.

창조주는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선악의 씨앗을 기르고 키워나가는 것을 인간에게 맡기고 선택의 자유를 주었다. 사람이 태어났을 때의 모습은 누구나 예쁘고 선하기 짝이 없다. 자라면서 인간은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고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비교하고 경쟁하며 미워하고 질투하고 시기한다. 비교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발전도 없겠지만 악으로 가는 길로 가까워지고 창조주가 만들어준 선의 길을 이탈하여 악으로 간다. 질투나 시기가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로 인해 마음속에 미움과 증오가 자란다. 선과 악의 비율이 나뉘고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된다. 미움으로, 증오로 저주를 하며 살인을 생각하는 것 또한 악으로 들어선 길을 의미한다. 싫어하는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의 싹을 잡아먹고 미움은 자라고 사랑은 죽어간다.

마음속에 있는 것은 오직 본인의 의지와 이성으로 물리칠 수 있는 것인데 악을 키우면 마음의 문이 닫혀 사랑의 빛을 가려 어둠 속에 있게 된다. 하지만 사람은 사랑을 먹고 태어난 존재이기에 사랑을 하며 산다. 기쁨이 있고 외로움이 있고 누군가와 나누는 즐거움과 사랑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느낀 다. 헌신하고 희생하고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건다. 사랑 때문에 웃고 울며 국경도 넘고 죽음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랑이 없으면 한순간도 살 수 없는 게 인간이다. 현대인의 병은 고독으로 생기는 병이다. 살기 좋아진 세상에서 줄어든 육체노동은 인간이 몸으로 할 일을 없앴다. 할 일이 없는 인간은 심심하고 할 일이 없어 외로운 마음을 의지할 곳이 없어 늘 불안하다.

무엇을 해야 하는데 할 것이 없으니 안절부절 못하고 일을 저지른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지만 싫증이 나고 늘 마음이 허무하다. 벅차오르는 긍정의 사랑이 아니고 고독과 불안이 온 마음을 덮치고 삶은 점점 피폐해진다. 슬픈 마음을 안고 약을 쓸 수도 없이 수많은 인간은 쓰러진다. 종교가 있어 신앙으로 견디며 살기도 하고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며 살지만 순간순간 찾아오는 공허함을 이기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맨 정신으로 살아가기에는 현실은 너무 고통스럽다. 밀려오는 고통을 잊기 위해 마약을 하고 도박을 하며 희열을 찾아보지만 허무함을 이겨낼 수 없어 중독이 되어 살아간다. 헤어 나오기 위해, 잊기 위해 더 많은 양의 약을 먹고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행복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불행을 가져오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선한 일이 짓밟히고, 억울한 일이 생기고, 생각지 못한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한 번 두 번 당하며 세상을 증오하고 악으로 걸어간다. 선행의 가치가 무시당하고 이용당하는 세상은 악이 선을 덮어버리고 악의 세상이 되어간다. 게으름과 무위도식의 나라가 되고 남을 등치고 잔인한 사기를 치고 사람을 죽이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모른다. 죽어라 열심히 살은 사람들의 재산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뺏고 차지한다.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 데 있지도 않은 죄를 씌워 뒤집는다. 세상은 이제 선이 없는 악의 세상이 되어간다. 매일매일 생겨나는 무서운 사건들은 보기도, 생각하기도 싫다. 살아가면서 눈물 어린 사연도 많지만 잔인한 사건이 너무 많다.


아이들끼리 서로 싸우기도 하고 장난도 치는데 제 아이를 때렸다고 맞은 애 엄마가 차로 운전하며 때린 애를 뒤쫓아가서 자동차로 들이받는 것을 보니 애들 키우기도 무섭다. 며칠 전에 어느 여자가 길을 걸어가는데 지나가는 생면부지의 남자가 갑자기 달려들어 얼굴을 때리는 바람에 얻어 맞고 광대뼈가 부러진 사건도 있으니 길거리를 걷기도 무섭다.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좋은 일이 나쁜 일보다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의 자식을 위해 모금을 하고,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생명의 귀중함을 위해 데모를 하며 세상을 바꾸게 힘이 되어준다. 전염병으로 힘들어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자선 음악회를 하는 등 세상에는 좋은 일을 주로 하는 자선단체가 수도 없이 많은 것을 볼 때 선은 악을 이긴다는 말이 수긍이 간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선행을 하며 세상은 희망으로 가득 찬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은 사랑을 하고 남을 위하여 좋은 일을 한다고 하지만 불행한 사람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좋은 삶을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그들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언젠가 누군가의 극진한 사랑을 받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사랑을 받은 흔적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진실한 사랑은 숨길수 없다. 가슴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선함은 언젠가는 밖에 나와 활동한다. 일찍 핀 꽃도 있고 , 늦게 피는 꽃도 있다. 겨울이 일찍 오 는 해도 있고, 봄이 늦게 오는 해도 있다. 자연을 따라가면 길이 보인다. 오늘이 슬프다고 내일이 없는 것이 아니고 선과 악은 병행한다. 매일매일의 삶은 줄다리기다. 끌고 당기며 살아간다.

한 번뿐인 인생은 그야말로 외줄 타기다. 한눈을 팔 수도, 비틀거릴 수도 없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순식 간에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친다. 한번 떨어진 곳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아주 낮다. 돌아갈 수도 다시 시작할 수도 없는 것이 인생이지만 우리는 모두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며 백번, 천 번 오뚝이가 되어 일어선다. 나무 한그루가 길거리에 서있었는데 완전히 죽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늦은 봄 아니 이른 여름이 되니 파란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말겠거니 했는데 웬걸 지금은 솔방울까지 매달고 건강하게 서있다. 죽지 않고 때를 기다리다 피어나는 그 나무처럼 저금해두었던 사랑은 결국 꽃을 핀다. 깊은 곳에 남겨졌던 사랑은 어느 날 그처럼 아름답게 피어 사랑의 전파자가 된다. 가슴 깊은 곳에 모아두면 어느 날 사랑이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된다. 주는 사랑만 받아먹고 나면 메마른 어느 날 우리는 갈길을 잃고 방황한다. 그날을 위해 사랑을 저금하자.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화 속에 사랑도 저금하자.


비온 뒤 세상은 온통 초록색으로 물이 들었다.(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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