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자리바꿈을 하며
기다리던 봄은
살며시 가버리고
기다리지 않던
여름은
틈새를 타고 들어와
주인이 되어
점잖게 앉아 있다
메마른 땅을 보며
하늘을 쳐다보며
비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는데
눈치 빠른 하늘이
내려준 꿀물 같은 비로
세상은 파릇파릇
다시 살아난다
꽃샘바람에
얼어 죽을까 봐
차고를 들락거리던
모종은
제 세상을 만난 듯이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깻잎과 오이
고추와 토마토
앞서고 뒤서며
꽃을 피운다
호박과 갓과 부추가
덩달아 텃밭을
예쁘게 수놓는다
시샘바람 때문에
많은 꽃을 피우지 못한
사과나무도
덩달아
새파란 사과를
서너 개씩
매달고 있다
장미꽃과 함박꽃
해당화와 구절초
금잔화도 화사하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6월이
꽃이 되어
활짝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