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의 옷들
신발장의 구두들
서랍 속에 물건들
입어주고
신어주고
써 주기를 기다리는
시시한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주인인양 버티고 있다
버리지도 않고
쓰지도 않으면서
끌어안고
사는 이유를 모른다
언젠가 쓰려고
버리지 않는데
언젠가는
언제 올지 모르겠다
꽃이 피고
시들어 떨어져
흙이 되고
계절 따라
살다가 죽어도
봄이 되면
다시 태어나는 자연
사람들이
만든 물건들은
시간이 가고
세월이 지나도
썩지 않고
찢어지지 않아서
지구를 덮는다
보기에는 예쁘고
얇고 가볍고
따뜻하고 부드러운데
한번
세상에 나온 물건들은
닳지 않고
없어지지 않아
어딘가에 쌓여 있다
홍수가 지나가면
밀려오는
산더미 같은 쓰레기
어딘가에
숨어 있던 쓰레기가
무섭게 밀려와
갈 곳을 몰라
이리저리 헤맨다
갈 곳을 찾지 못하여
강으로 바다로
산으로
들로 헤매는 쓰레기
바람이
데려다주는 곳으로
물이
데려다주는 곳으로 간다
버려지는 쓰레기는
자연을 파괴하고
알 수 없는
무서운 무기가 되어
생태계를 변형시키며
인간을 협박한다
재활용으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지만
여전히 넘쳐나는 쓰레기
만들지 말고
버리지 말 수도 없는 것
홍수처럼
밀려와 쌓이는 쓰레기에
한숨도 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