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많이 열린 앵두
굵고 달콤하고
먹음직스럽게
열린 앵두를
오며 가며 따먹는 까치
달콤한 맛을 알아버렸다
집에 사람이 있으면
눈치를 보며
하나만 입에 물고
다른 곳으로 가서 먹는데
아무도 없을 때는
작정을 하고
앵두를 따 먹는다
외출하고 들어오면
앵두나무옆에 있는 계단에
앵두씨가 뒹굴어서
남편이 먹고 뱉은
씨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한 번에 대여섯 개씩
많으면 열개 정도의 씨가
늘어져 있어서
빗자루로
쓸어 버리고 했는데
범인은 따로 있었다
사과나 감을 먹는
까치는 있어도
앵두 먹는 까치는
내 생전 처음이다
해마다
사과나무 꼭대기에
제일 잘 익은 사과를
쪼아 먹어서
양보를 했는데
올해는
앵두를 나누어 먹게 됐다
앵두가
얼마나 맛있으면
까치가 욕심을 내나
생각되겠지만
앵두가 굵고 달아서
먹을만한 것을
까치가 알아 버렸다
사람이 와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고
앵두를 먹는 게
처음에는 귀여워서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이제는 막무가내
우리가 앉아 있으면
옆에 오고
의자에 앉아서
먹을 것을
당장 내놓으라는 듯
큰소리치는 까치
앵두를 다 따먹고
빈 나무만 남겨놓고
가버린 허전한 뒤뜰
먹을 게 많은 곳으로
가버리고
길거리에서 만나도
인제는 안면몰수하며
아는 체도 하지 않는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이익이 없으면
거부하는 세상
내년 여름에
앵두가 열리면 다시 오겠지만
어디로 가서
무엇을 먹고 사는지
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