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 살며시 다가와 눕는다

by Chong Sook Lee


성급하게
단풍 진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가야 하는 것을 알지만
서두를 것은 없는데
벌써부터
곱게 차려입고 갈 준비를 한다

어디서 날아온
하얀 나비 한쌍
요리조리 다니며
연애를 하고
하릴없는 까치는
나무꼭대기에 앉아
동네방네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

나무 그늘 아래
평상 위에 누워서
하늘을 본다
구름은 파도치듯
하늘을 가리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눈부신 가을 햇살이
찾아와 내 곁에 눕는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평화로운 한낮의 풍경
세계는
온통 전쟁으로 들끓어
서로
총부리를 들이대는데
나만 즐기는 평화가
조금은 미안하다

뉴스를 보고
유튜브를 보면 딴 세상
거짓과 선동이
강물처럼 범람하는 현실
그러지 않아도
가질 만큼 갖고
살만큼 사는데
더 빼앗으려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아우성

하늘을 보면
걱정이 사라지고
구름을 보면
평화가 넘치는 세상
손익을 따지지 않고
경쟁을 하지 않아도
세상은 돌아간다

들판에 나간 새들이
하나 둘 돌아오고
심심한 다람쥐
나무를 오르내리며
재주를 넘는 오후 한나절
덩달아 게으름피며
누워서 하늘을 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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