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들의 놀이터... 밥풀꽃 나무

by Chong Sook Lee


가을이
오나 보다 했는데
지나가고 있다
여기저기
하루가 다르게
옷을 벗고
서 있는
나목이 눈에 보인다

앞뜰에 있는
밥풀꽃 나무가
조용하게 서 있다
나이가 반백년이 넘어
죽은 가지가 많아
잘라주었더니
가운데가 텅 비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변함없이 찾아와 놀던
참새들의 놀이터인데
기댈 곳이 없어서 인지
새들이 오지 않아
조용하다

죽은 가지를
오르내리며
아침저녁으로
수다를 떨며
놀던 참새들이
가버린 나무는
홀로 외롭게 서 있다

시끄러울 정도로
많은 참새들이
사시사철
와서 놀던 나무인데
새들이 가버린 자리에
그리움만 남아
새들을 기다리는 마음

어디론가 가서
새 터전을 잡았나 보다
더 잘 놀게 하려고
가지를 잘라 주고
깨끗이
청소해 주었는데
새들을 쫓아낸 것 같아
미안하다

어쩌다 찾아오는
참새 몇 마리가
전나무 가지에 앉아
텅 비어버린
밥풀나무를 내려다보며
아쉬운 듯 짹짹 인다

봄마다 밥풀 같은
하얀 꽃을 피우며
집 앞을 환하게 밝혀주고
가을이 와도
물들이지 않고
새파란
낡은 이파리를
봄까지 끼고 사는
밥풀꽃 나무

봄이 와서
새이파리들이
밀어내면 그제야
못 이기는 척 떨어지는
미련 많은 나무
더 많이 자라서
다시 새들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왠지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