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가을... 오늘은 겨울

by Chong Sook Lee


어제만 해도
가을이더니
오늘은 겨울
함박눈이
바람에 날리며
땅을 덮는 담요아래
여름과
가을의 흔적은 사라지고
오래전부터
겨울인 것처럼
온 세상이 하얗다

눈이 온다고
신나서 나무를
오르내리는 다람쥐는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불어대고
눈은
오고 싶은 대로 내리고
쌓이고 싶은 대로 쌓인다

미련 없이
흘러가는 강물
모이고 흩어지는 구름
나오고 들어가며
세상을 밝히는 태양
모든 만물은
비와 바람과
눈과 구름으로
생겨나고
피어나고 시들어
어디론가 사라진다

밤과 낮이 오고 가며
계절을 바꾸고
만들고 키우며
허물고 쌓는 삶 안에
우리는 살아가고
곱고 아름다운 것과
추하고
더러운 것을 덮으며
땅속에서
봄을 만드는
하얀 겨울의 신비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새록새록 피어나는
신비로운 새 생명
꿈인 듯
시작인 듯 이어지는
인연의 굴레에
생사를
넘나드는 미묘한 삶

눈이 오고
바람이 불고
세상이 움직이며
돌고 돌며
어제는 가을
오늘은 겨울
어쩌면
내일은 봄이 될지도
모른다는
야무진 꿈을 꾸며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