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살짝 내린 눈
너무 가벼워서
스치고 지나가면
부스스 먼지처럼
일어나 자리를 뜨는 눈이
언제 내렸는지
아침햇살에 반짝이며
곱게 누워서
하늘을 본다
눈이 오면
생각나는 어느 날
김장을 담아
작은 그릇에
차곡차곡 담아
베란다에 놓아두었는데
밤새 내린 눈이
김치 담은
김치통을 덮어
눈 녹기를 기다리던 시간
냉장고에
먹던 김치가 떨어져
쌓인 눈 한구석에
구멍하나를 내어
김치그릇을 꺼내
열어보았더니
기가 막히게 잘 익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난다
눈이 온 베란다가
자연냉장고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다
바람을 맞고
눈이 쌓이고
오다가다 따뜻한 햇살이
눈을 녹여서
조금씩
완벽하게 잘 익은 김치의 맛
겨울이 되어
김장 철이 되면
그때
베란다에서 잘 익어
맛있게 먹은
김장 김치가 생각난다
바람과 눈과
햇살이 정성 들여 익힌
베란다의
김치맛이 그리워지는 날
겨울이 되면
그때 그 김치가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