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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Jun 28. 2020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꽃은 핀다


예쁜꽃이 눈을 호강시킨다.(사진:이종숙)




어느새 6월도 며칠 안 남았다. 4월까지 눈이오며 추웠던 생각을 하면 지금 이곳은 아름다운 천국의 모습이다. 곳곳이 초록으로 옷을 입고 화려한 꽃으로 눈이 호강한다. 집집마다 앞뜰과 뒤뜰에 꽃들이 피고 지며 최고의 모습을 자랑한다. 일 년 열두 달 365일 동안 꽃이 피어 있는 것은 고작 열흘인데 그 열흘을 위해 고난의 날들을 참고 기다리다가 피어 난 다. 그나마 꽃이 피어 있을 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 날씨가 추우면 꽃들의 수명도 짧아지고, 벌들을 맞지 못해 번식도 줄어든다. 그래도 꽃은 피었다 진다. 꽃들은 비가 올 것을 걱정하지 않고 바람 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젖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흔들리며 핀다. 사는 동안 많은 날들이 찾아오지만 사람들은 매일을 새롭게 맞으며 그 숱한 세월을 견디며 이겨내며 살아간다.

우리 삶속에서 때로는 내일이 두렵기도 하고 매 순간 무섭기도 하지만 없던 오늘이 오고 가며, 내일이 오늘이 된다. 그렇게 세월의 바람을 타고, 인생의 바다에서 높고 낮은 거친 파도를 타며 살아간다. 좋은 날보다 힘든 날이 더 많더라도 몇 안 되는 그 좋은 날을 기억하고 기뻐하며 살아간다. 작년 한 해동안 주위의 여러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오랫동안 함께 한 공동체 안에서 가깝고 먼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날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오고 간다. 나이가 들어 떠나도, 젊은 나이에 가도 늘 서운한 마음이 든다. 조금 더 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고 그동안 이민 와서 살면서 고생한 것을 알기에 더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이번 전염병으로 세상이 죽음의 바다가 되어 많은 사람이 죽어 지구를 떠나 하나의 별이 되어 어둠을 밝힌다. 먼저 가신 이들의 소망으로 전염병이 이제 결별을 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개망초가 여름을 즐긴다.(사진:이종숙)




난데없이 전염병이 창궐하여 한평생 살다 떠나신 분들의 장례식에 참석을 할 수 없는 현실은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작년만 해도 가까웠던 사람이나 그저 어쩌다 만났던 사람이나 할 것 없이 누군가가 떠나면 장례식에 참석해서 떠나신 분의 삶을 기리며, 가족들의 슬픔을 함께 하는 것이  이곳의 관행이었다. 부모형제가 함께 하지 못하는 이민 사회에 이웃이 부모형제이고, 친구이고, 가족이기에 슬픔을 함께 했는데 전염병으로 그것마저 못하게 되었다. 지난 3달 사이에 가까운 분들이 세상을 떠났지만 마지막 인사도 못 한채 보내야 했다. 이민 왔을 때부터 잘 알던 분들이었는데 갑자기 가시는 것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본다. 한분은 연세가 높은 분으로  가족이 많아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렀고, 다른 한분은 60세가 채 안되신 분인데 갑자기 찾아온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다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평소에 참으로 열정적으로 개성 있게 살다 갔다.


나머지 한 분은 70대 초반의 자매님이다. 그분은 평소에 아주 건강하신 분으로 평소에 약도 별로 먹지 않았단다. 지난가을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넘어져 세상을 떠나실 때 무척 마음 아파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친구 따라 그분도 돌아가셨다. 사람의 명이란 알 수 없지만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죽는 것을  보면 무섭다. 지병이 있어 어디가 아프거나 불편하면 준비라도 했을 텐데 멀쩡하던 사람이 죽었다고 연락이 오니 기절할 노릇이다. 왜 아니 어떻게 무슨 일로? 하는 한없는 의문이 생긴다. 가까운 친구와 죽기 전에 "아파서  오늘은 골프를 못하겠다". 고 통화를 하고 응급실에 가서 검사하고 이상 없다 해서 집에 왔는데, 다음날 아침에  너무 아파서 아들이 다시 응급실에 모시고  가려고 집에 와서 보니 이미 늦었고 응급차가 왔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진분홍색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뽐내고 앉아있다.(사진:이종숙)




그렇게 멀쩡하던 사람이 허무하게 떠나 교민사회에 큰 충격을 남겨 놓고 가신 자매님의 삶은 그렇게 끝나고 남은 식구들은 허망함속에 울어야 했다. 조촐한 장례식을 하며 생전에 친하던 몇몇 친구들의 슬픈 환송 속에 떠나보내고 기억 속에 사라져 간다. 인심 좋고 친절하고 상냥하던 그녀의 죽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서운해했지만 전염병의 거리두기로 인하여 쓸쓸하게 떠났다. 사람이 한평생 살다가 떠날 때 지난날들의 정을 생각하고 추모하며 장례식을 통해 위로하며  마지막 인사를 했는데 그것마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음에 가슴이 아프다. 세상에는 더 비참하게 생을 맞이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세계를 돌며 인간을 가차 없이 죽이는 전염병으로 사망자는 엄청 많다. 가볍게 시작한 하찮은 인간의 실수가 빚은 이번 전염병으로 세상이 힘없이  뒤집히고 쓰러져간다.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인간은 무력하게 바라만 보게 되었다. 역사상 많은 일들로 인구가  줄어들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해 왔지만 다시 회복하는 길은 멀기만 하다. 죽은 사람은 그렇게 떠나 아무것도 모르지만 산사람은 또 살아야 한다.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텅 빈 집에 홀로 있을 가족들의 망연자실한 모습이 보인다. 아내와 엄마와 할머니이던 자매님은 이제 하늘로 가셨다. 몇십 년 넘게 살면서 좋기만 하지는 않았겠지만 가족들은 더 해 주지 못한 후회 속에 살아가야 한다. "남편이 귀가 잘 안 들려서 간혹 자기도 모르게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는 자신이 싫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어차피 인간은 혼자 남아 혼자 떠나야 하는 게 인생이지만 생각을 하면 너무 슬프다.



아름다운 꽃들로 세상이 환하다.(사진:이종숙)




그분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친절하게 사랑을 실천하며 살다 간 그분의 명복을 빈다. 어쩌다 만나면 반갑다며 두 손을 잡고 웃으며 그동안의 안부를 물어주시던 자매님이 생각나는 날이다. 언젠가 떠나는 날 사람들의 가슴속에 아련히 남아 기억되는 되는 삶은 참으로 아름답게 잘살아온 삶이다. 그분의 삶을 통해 한번 온 사람은 반듯이 가야 함을 배우며 늘 상대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고 웃음을 나누며 살다간 자매님과 이번에 돌아가신 다른 분들의 영원한 안식을 빌어본다. 이렇게 헤어지면 다시는 못 만나는데  우리는 서로 미워하고 싫다고 등을 돌리며, 비교하며 시기하고, 질투하며 살아간다. 사람을 미워하고 서운해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마음에 욕심이 많아 상대방에게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비교하는 마음에 시기 질투를 하는 것이다. 태어난 대로, 생 긴 대로 살면 좋으련만 나의 기준에 맞추며 괴로움을 자청한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이 간다. 이제 나뭇잎이 물이 들고, 낙엽이 지는 가을이 오고, 흰 눈이 오는 겨울을 맞이해야 하는 것처럼 인생도 그렇게  흘러간다. 보내고 맞고 하는 인생의 굴레 속에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꽃을 피우는 꽃을 닮아보자.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꽃은 핀다.



유채꽃이 활짝 웃는다.(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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