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맞고... 하루와 함께 사는 삶

by Chong Sook Lee


바쁜 것도 없는데
세월은 잘도 간다
하루하루 놀다 보니
남은 것은 게으름과
낯선 노인의 모습이
나를 지킬 뿐
감정은 메말라가고
기억은 줄어들고
추억도
희미해져 가는 세월

아무런 일이 없을 것 같은
조용한 아침이다
할 일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고
가야 할 곳도 없는 하루가
시작한다
시계소리가 크게 들리고
난로와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적막을 깰 뿐
집안도 조용하다

할 일을 찾으면 많고
나가보면 갈 곳이 많고
만날 사람도
만들면 되겠지만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있고 싶다

무엇을 해야만 하고
어디를 가야만 하고
누구를 만나야만 하는 것이
일상화된 현실이지만
간혹
조용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누구도 만나지 않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무엇을 꼭 해야 하고
꿈을 이루어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뛰어온 날들이 저물어 간다
하루가 오면
하루와 함께 살면 되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디를 가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아도
초조하지 않고
두렵지 않은 오늘 같은 날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하루를 위해
무엇을 하고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지 않아도
나의 하루는
나를 떠나지 않는다
하늘과 구름과
바람과 해와 달을
포옹하며
아름다운 자연과 산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