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흔적... 더욱더 그리워지는 봄

by Chong Sook Lee


식곤증이 밀려오는데
유혹을 물리치고
밖으로 나가
동네 한 바퀴 걸어본다
겨울을 벗은 동네는
겨울이 남겨놓고 간
쓸쓸한 흔적이
여기저기 둥글어 다닌다

장갑 한쪽이
얼음에 파묻혀
추운 겨울을 보내고
길가에 누워서 하늘을 본다
누군가가
마시고 버린
종이컵이 입을 벌리고
어디선가 날아온
비닐봉지가
나무 귀퉁이에 걸려서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린다

겨울이 오기 전에
깨끗하게 청소를 하며
겨울을 맞아도
봄이 오면
온갖 종류의 물건들이
길거리에 주저앉아서
치워주는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가을에
미처 떨어지지 못한
낙엽들이
바람이 불면
우수수 떨어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종이 조각이
덩달아 춤을 추는 거리

아름다운 봄이라고
말을 하지만
겨울의 흔적으로
봄은 보이지 않고
흐트러진 세상
눈이 녹고
풀이 나오면
세상은 달라질 텐데
지금 보이는 것은
지저분한 겨울 쓰레기들

겨울은 가고
봄이 오는 길에
겨울의 흔적들을
가려주는 하얀 눈이
사라지고 나니
더욱더 봄이 그리워진다
계절이 바뀌고
새봄이 올 때까지
남은 겨울을
힘껏 포옹해야 한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