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준... 최고의 선물

by Chong Sook Lee


하루하루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사진:이종숙)




사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이다. 많이 배우고 똑똑하면 편하게 살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 현실이다. 의사 변호사 할 것 없이 하루도 맘 편한 날 없이 죽어라고 일을 해야 먹고사는 세상이다. 못 배웠으면 몸으로 노동하며 살아가니 당연히 힘들겠지만 머리를 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한 노동에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코로나의 여파로 고액의 연봉을 받는 아들과 함께 살며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을 하며 사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침부터 밤중까지 쉴 새 없이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을 보니 나는 여태껏 놀고먹으며 돈을 벌은 것 같다. 심한 노동을 해야 하는 식당을 오래 했어도 저녁에는 편히 쉴 수 있었고 끼니를 놓쳐 늦게 먹기는 했지만 거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들은 밥을 먹을 시간도 없이 계속 일을 하는 것을 보니 너무나 안타깝다. 거기다 아들이 그렇게 힘들게 일에 파묻혀 살다 보니 며느리는 어린 두 남매를 돌보며 일까지 해야 하니 더할 나위 없이 힘들다. 아들의 연봉이 높아도 아이들이 자란 뒤에 경단녀의 설움을 겪지 않기 위해 며느리는 직장을 다닌다. 몇 주 동안 한 집에서 함께 살아보니 코로나 19가 가져다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음을 알았다. 탁아소 비용이 안 나가 지출을 조금 줄일 수는 있지만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온 라인으로 회의를 하고 일을 하는데 아이들은 칭얼대며 하나는 책상으로 올라가고 하나는 책상 아래로 기어 들어가며 부모에게 매달리면 부모는 쩔쩔맨다.






지난 4개월 동안 저희들끼리 해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산 것이 기적 같다. 하루도 힘든데 몇 달 동안 일은 일대로 못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보살피지 못한 채 지지고 볶으며 살아온 모습이 여실히 보인다. 당분간이라도 우리가 손주들을 봐줄 수 있어 다행이지만 언제 전염병이 끝나 아이들을 탁아소에 맡기는 날이 올지 걱정이고 온다 해도 두렵다. 물론 일 년에 몇 번 맞추는 마감일만 빼면 평소에는 편하게 직장 생활을 한다. 직책이 높이 올라갈수록 책임감이 커지고 하는 일도 특수하기에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생각하던 아들의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 깨끗한 신사복을 입고 사무실에서 컴퓨터만 두드리면 되리라 생각했다. 수당도 많이 받고 지위도 높지만 반이 넘는 세금을 떼어가는 것을 보면 어느 것이 나은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스트레스에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고 사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적게 벌고 마음 편하게 조금 덜 쓰고 사는 것이 좋은지 생각해 보았다. 사람 사는 것이 거기서 거기인데 저렇게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겠는가?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일하는 것은 좋지만 돈만 벌어다 주는 돈 기계가 아닌데 아이들하고 함께 놀지도 못하는 것을 보니 기가 막히다. 직장이 원래 그렇긴 하지만 너무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따져보면 둘 다 먼저라고 할 수 있다. 살기 위함인지 죽기 위함 인지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면서 우리는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진다. 돈을 벌어서 먹고살기 위하여 죽도록 일을 하며 살아간다. 살만하면 늙고 병들어 세상을 떠나는 인생의 길인데 영원히 살듯이 악착같이 기를 쓰며 산다.





많이 버는 만큼 생활이 윤택하니 열심히 벌어보려고 하지만 마음대로 안된다. 많을수록 더 많기를 바라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죽음을 무릅쓰고 일을 하는데 세상일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돈을 버느라 애쓰다 보면 건강을 잃고, 젊음을 잃고, 아이들은 다 성장하여 갈길을 가고, 혼자 남아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안일하게 살수 만은 없는 노릇이니 이래도 저래도 사는 것은 쉽지 않다. 고생하며 사는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는 젊은이들도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고 기르다 보면 부모의 전철을 밟게 된다. 손주들을 위하여 희생하는 아이들이 젊은 날의 나의 모습 같다.

우리 세대보다 훨씬 좋은 생활환경 속에서 문명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그들 나름대로 힘들게 살아간다. 한 사람의 수입으로 살던 시대에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키우며 집안일을 하고 살았다. 부족 한대로 아끼며 살았던 그 시대에는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소비가 많아진 요즘엔 맞벌이도 모자란 시대가 되었다. 많이 벌고, 많이 쓰며,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고 싶은 것 사고, 가고 싶은 곳을 가며 살아야 사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대다. 돈이 최고가 되어가는 세상에 돈이 없으면 사람대접을 못 받으니 악착같이 돈을 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현대병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앞날에 희망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세상을 뒤집어 놓은 코로나가 너무나 야속하지만 코로나가 없었다면 요즘 세상에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주들과 함께 산다는 것을 상상도 못 한다. 전염병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뺏아갖지만 일생일대의 특별한 선물은 주고 간 것만은 확실하다. 아이들은 직장에 다니고 손주들은 탁아소에 다니던 때는 일 년에 몇 번 만나기도 힘들었는데 대가족 시대로 다시 돌아가 살게 되어 손주들의 재롱을 매일 보며 산다. 몸은 힘들지만 그들의 해맑은 웃음은 나의 가슴을 살살 녹인다. 행복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힘들 때 도와주고 어려울 때 기대며 서로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삶이다. 가까이 사는 둘째도 코로나 때문에 자주 못 만났는데 큰아들이 오는 덕분에 식구의 만남을 매일 계속한다.


보고 싶던 아들 며느리와 손주들을 매일 볼 수 있는 지금은 코로나의 특별한 선물이 되었다. 이제 어느 날 아이들이 가면 이 큰 집에서 조용히 살게 될 날이 두렵다. 사람 사는 것 같이 살아가는 요즘에 살맛이 난다. 아들 며느리가 힘들게 일하며 살아가는 것을 보니 조금이라도 더 많이 도와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다. 자식들을 위해 희생을 멈추지 못하는 부모는 바보라 해도 좋다. 힘든 것이 두려워 도망가면 그만큼의 행복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손주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부르며 웃고 노는 모습을 눈에 가득 담아 그리움이 꽃처럼 피어나는 어느 날 오늘을 추억하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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