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실수로 잘못을 했다는것을 알면서도 모른 체하며 슬쩍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정말 생각이 안나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내가 빚진 것이 있으면 되도록 기억했다가 갚으려고 한다. 친한 사이에 이유 없이 그냥 밥을 사주고 얻어먹기도 하지만 보통은 한차례씩 돌아가며 밥을 산다. 계속 사주기도 힘들고 계속 얻어먹기는 더 힘들다.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옛날부터 주고받는 품앗이라는 것이 있어서 서로 돕고 나누며 살아가는데 몰랐다는 이유로 남에게 꾸어간 돈을 갚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보통 큰돈이 아니지만 작은 돈의 중요함을 모르고 하는 행동이다. 작은 돈을 안 갚으면 큰돈은 절대로 갚지 않는다. 몇 년 전 친구가 급하게 쓸 일이 생겼는데 가지고 있는 현금이 없다며 나에게 20불을 빌렸는데 그 뒤 몇 번을 만났는데도 그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정말 잊어버렸는지도 모르지만 그런 일이 있고 난 뒤부터는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까짓 20 불 가지고 신경 쓰는 것이 아니다. 그가 정말 돈이 없으면 그냥 줘도 아깝지 않지만 모른 체하며 안주는 그 마음이 괘씸하다. 그렇다고 전에 빌려준 돈 20불을 달라고 하면 서로 관계가 이상하게 되니까 말은 안 하지만 항상 그 사람을 보면 생각이 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나 실수를 한 당사자는 누가 뭐래도 본인은 안다. 식당을 하며 여러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그 사람의 본질을 안다. 점심시간에 너무 바쁘다 보면 돈을 안 내고 그냥 가는 사람이 있다. 그가 먹은 것을 알고 돈을 안 냈다는 것을 알지만 가버린 손님이 다시 오기 전 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다. 정직한 사람은 그다음 날 꼭 와서 밥값을 내고 간다. 어떤 사람은 돈이 없는 것을 알고 밥을 다 먹은 뒤에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온다고 나가서 감감무소식인 경우도 있고, 차에다 지갑을 놓고 왔다며 차로 간 뒤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또 한 번은 한산한 오후 시간을 틈타 밥을 시켜서 실컷 먹고 100불짜리 지폐를 내고 거스름돈을 받고 나갔다. 마감시간에 돈을 세는데 지폐가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가짜 돈 100불짜리였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식사를 하러 들어와서 맥주와 식사를 시켜 배불리 먹고 차에 가서 여러 가지 연장을 가지고 들어와 밥값이라고 그것을 받으란다. 당연히 우리는 받지 않았고 나중에 돈을 가져오라며 돌려보냈지만 다시 오지 않았다. 그래도 단골이 많고 얼굴을 아는 손님이 많아 몇 번밖에 그런일을 안 당했지만 오다가다 오는 사람들만 그러는 것은 아니다. 단골이나 처음 보는 사람이나 사람에 따라 다르니 당하는 수밖에 없다. 열심히 와서 음식을 잘 팔아 주던 사람도 음식값을 다음날 준다고 하고 가서는 오지 않았다. 형편이 안 좋거나 하루 이틀 보내다 보면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그 뒤로 발을 끊을 때는 의도적일 수도 있다.
이름은 모르지만 노란색 꽃이 참 환하다.(사진:이종숙)
오랫동안 한 곳에서 장사를 하다 보면 사람들의 인상이나 하는 행동을 보면 대충 감이 오지만 마음먹고 온 사람은 당할 수가 없다. 손님 중에 혼자 사는 할머니 한분이 있었다. 멋쟁이 할머니는 금요일마다 내가 만드는 만둣국을 좋아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영락없이 식당 문을 열고 예쁜 할머니가 들어와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앉아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간다. 한가한 시간이라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를 하며 친구가 되어주면 아들과 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외로운 할머니의 말을 들어주고 친절하게 대해 준 것을 아들 딸들에게 이야기를 하여 어쩌다 그들이 할머니를 방문할 때는 우리 식당에 와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하였다. 어느 날 할머니는 늙어서 더 이상 혼자 살 수 없어 아들이 사는 곳으로 모셔가는 날, 아들이 와서 평소에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음식을 주문하고 갔다.
오후 3시에 문을 닫는 것을 알고 있는데 3시가 되었는데 오지 않아 3시 반까지 기다렸지만 끝까지 오지 않았다. 음식은 버려졌고 할머니도, 아들도 보이지 않고 여러 날이 지났다. 그 사건을 잊고 살던 하루는 모르는 사람에게 우리 이름으로 편지가 왔다. 편지를 읽어보니 그날 이곳에서 열 시간 정도 차로 운전하고 가야 하는 타주로 이사하느라 정신이 없어 음식을 주문한 것을 깜빡 잊고 그냥 왔는데 며칠 전에 생각이 났다며 미안하고 고맙다 는 내용과 함께 20불을 보내왔다. 나로서는 다 잊어버린 일인데 그렇게 성의를 표현하는 사람이 있음에 너무나 감격했다. 친하던 사람에게나 믿었던 사람에게 생각지 못한 일로 실망하여 서로 사이가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작고 시시한 것이라도 신세 진 것을 잊어서는 안 되고, 받은 것과 빌린 것을 착각해서는 안된다. 세월이 흘러도 기억이 나면 갚아야 할 것은 갚아야 하는데 너무 늦어 못 갚게 되지 않아야 한다.
내게 소중한 것은 남에게도 소중하다. 내 것은 챙기면서 남은 손해를 보게 해서는 안된 다. 세상을 살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많다. 내게 잘해준 사람과 나를 위기에서 구해준 사람, 나에게 손해를 입힌사람과 나를 곤란하게 만든 사람, 그리고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다. 그 외에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고, 만날수록 좋은 사람이 있다. 주고받으며 사는 게 인생사인데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 사람이 있고, 하나 주고 하나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 열을 주고도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하나 주고 열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다. 누구나 자기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며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에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잊지 않고 외상값을 갚은 그 사람이 생각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