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워버린 곳에 내가 나를 그려 넣을 수 없고 지워진 곳에는 나는 이미 없는 존재입니다
없어진 나를 찾기 위하여 아직은 내가 여기 있다고 소리친다 하여도 사람들은 듣지도 보지도 않습니다
보려 하지 않음을 들으려 하지 않음을 탓하지 않습니다
내가 없는 것은 그들의 눈을 감고 그들의 귀를 막고 그들의 마음을 닫아서 나는 그곳에 없는 것입니다
나는 없어진 것이 아니고 나는 분명 그곳에 있습니다 나는 지워지지 않았고 나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그곳에서 꽃을 피우며 향기를 낼 것입니다
꽃이 피기 전에는 나는 흙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 작은 씨앗에 불과하고 나는 보여줄 것이 없는 시시한 존재에 불과합니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고 외면하는 사이에 나는 어두운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며 세상이 눈을 뜨기를 기다립니다
깊숙이 묻혀있던 나의 작은 몸은 남들이 보지 않은 사이에 커지고 굵어지고 세상에 나옵니다
나는 이제 세상에 존재합니다 없다고 이야기하던 사람도 땅속에 묻어버리고 외면하던 사람도 나를 봅니다 내가 살아있는 모습에 가까이 옵니다 잊혔던 나는 보이고 찾지 않던 나는 들립니다 없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던 사람들은 이제야 감은 눈을 뜨고 닫은 귀를 열며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