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내린 비로 아침 온도가 많이 내려가 몇 가지의 옷을 껴입고 아침 산책을 나갔다. 그래도 아직은 여름이 간지 얼마 안 되었는데 가을 옷차림을 하고 걸어도 덥지 않으니 가을이 살그머니 왔나 보다.힘없이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고, 기운 없이 누워있는 풀잎을 보니 색이 바래 가을 초입에 서 있음을 본다.풀포기 하나, 나뭇잎 하나도 비슷할지라도 똑같지 않다. 그처럼 이 세상 모든 만물이다르다. 사람들의 모습과 사상 그리고 행동이 모두 다르다. 하늘을 본다. 밝은 회색과 검은 회색이 어우러져 멋진 그림을 그린다. 마치도 금방 비라도 쏟아질듯하다. 그러나 서쪽 하늘엔 연한 분홍색과 노란색이 하늘색과 어우러져 노는 것도 보인다.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은 날씨가 맑은가 보다. 나무들은 여기저기 저마다의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잎이 크고, 작고, 열매나 꽃도 각양각색이다.
노란색이 빨간색을 부러워하지 않고 큰 나무가 작은 나무를 업신여기지도 않는다.겨울이 소리 없이 온다고 계절은 원망하지 않는다. 어느 날 우연히 쳐다본 나뭇잎에 새싹이 돋으면 봄이 온 것이고, 열매를 맺으면 가을이 온 것처럼 계절은 온다 간다 말하지 않고 살며시 다녀간다.올해도 어느새 9월 중순이다. 심심한 듯 바쁜듯한 생활에 적응되어 '느는 것은 잠뿐'이라는 말을 한다. 아무 때나 자고, 아무 때나 먹고 생각 없이 살아간다. 시간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할 일이 없는 것인지 모르지만 세월은 옛날처럼 급하게 간다. 그나마 물이 무서워서 못할 것 같던 수영도 배우고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그림을 그리며 심심치 않은 퇴직 생활을 한다.틈틈이 시간을 내어 강가나 공원을 걸으며 자연을 접하며 영적인 시간을 갖으려 노력한다. 도시생활 속에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이종숙)
하루하루 사는데 바빠서 똑같은 일만 반복하는 일상 속에서 현대인들이 여러 가지의 스트레스로 병 들어감에 안타깝다.하늘이 점점 맑아지고 해님이 얼굴을 내밀어 더워졌다. 아침에 나올 때는 영상 10도라는 소리만 믿고 속에 스웨터를 입고 잠바도 두툼한 것을 입고 길을 나섰는데 걷다 보니 후회가 된다.걸으면 땀이 날것을 생각했더라면 얇은 옷을 입고 나왔을 텐데 생각이 모자랐다.어느새 나무들이 조금씩 단풍이 들고 그렇게 잘 자라던 잔디도 성장이 느려지는 것을 보니 여름이 후딱 간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든다.올여름은 비가 많이 와서 여름 같지 않은 추운 여름이었다. 그래도 늦게 온 봄이지만 나름대로 농작물은 잘 자란다. 깻잎과 쑥갓, 그리고 상추와 부추 그리고 고추도 잘 자라 여름내 채소는 잘 먹었다.숲 속을 걷다 보면 나무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참 재미있다.
숲 속의 세상은 저마다의 모습을 자랑하며 한데 어우러져 멋지게 돌아간다.잘나고 못남을 따지지 않고, 많이 갖고 적게 갖음을 탓하지 않은 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여전히 돌고 돈다.비가 온다고, 날씨가 흐리고 춥다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비가 오면 우산을 쓰면 되고, 추우면 따뜻한 옷을 입으면 된다.넘어지면 일어나고, 걷다가 힘들면 쉬었다 가면 된다.오늘도 하늘을 바라보고 나무와 풀을 보며 창조주의 위대함을 다시 본다.같은 것 속에서 다른 것을 보게 되고, 다른 것 안에 같은 것을 알게 된다. 그처럼 우리 인간도 하나하나 정성 들여 만들어진 존재임을 깨닫는다. 같지 않고 다르기에 더욱더 소중하고 귀하다. 만약 모두가 다 똑같이 생기고 생각도 같다면 어쩌면 세상이라는 공장에서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여러 가지 사회문제로 사람들이 모이면 생각이 다르다고 등을 지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부모 형제들과도 생각과 사상이 다른데 하물며 남은 절대 같을 수가 없는데도 상대의 사고방식을 바꾸려 한다면 이율배반 적인 행동이다.같은 하늘을 보아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것처럼 누구나 생각이 다름을 인식해야 한다.그것이 바로 우리를 내신 창조주의 뜻을 알고 살아가는 자세 이리라 생각한다. 세상은 많은 사람들의 다른 생각이 모여 이끌어 가고, 낡은 세대는 오고 가는 계절의 아름다운 철학처럼 새 세대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떠난다. 어제는 어제일 뿐 오늘이 될 수 없지만 어제 없는 오늘 또한 존재하지 않음을 알아간다.숲 속에 있는 나무들을 보니 얽히고설켜서 숲이 되어 살아간다. 빛을 받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으리라. 인간들의 모습이 그곳에 있다. 곧바로 자란 나무가 있고 구부러진 나무가 있다. 옆으로 기운 나무가 있고 가지가 많은 나무가 있다.
(사진:이종숙)
힘들어하면서도 굳건히 서 있는 나무도 있고, 너무 힘들어 쓰러져 죽은 나무도 있다. 죽은 채 서있는 나무도 있고 누워서 버섯을 키우는 나무도 있다. 쓰러진 지 너무 오래되어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는 나무는 다람쥐들의 놀이터가 되어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재주를 부린다. 사람들은 먹이를 가져다주고 새들과 다람쥐들은 열심히 먹는다. 주는 사람은 주면서 행복하고 먹는 동물들은 있으니까 고맙게 먹는다. 일하지 않아도 먹을 것이 있는 숲 속이지만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으니 좋다. 나무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가을이 왔지만 게으른 이파리들은 여전히 나무에서 흔들거린다. 바람이 지나가고 가을비가 한번 다녀가면 낙엽이 되어 땅에서 뒹굴어 다닐 것이다. 어느새 숲길은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 낙엽이 발길에 차인다. 낙엽은 겨우내 머물 곳을 찾아 헤매다가 낮으막한 곳에 둥지를 튼다.
바람이 불어도 춥지 않고, 눈이 쌓여도 힘들지 않은 곳에서 겨울을 보내야 한다. 양지바른 곳에서 따뜻한 겨울을 맞기 위해 마땅한 곳을 찾는다. 떠나는 것은 누구에게나 슬프지만 다시 올 것이라는 희망은 오늘을 살게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연 같지만 자연을 보고 있으면 인간보다 훨씬 지혜롭고 슬기롭다. 절대로 서두르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인내를 배운다. 어쩌면 자연은 기다릴 줄도 모르고, 감사할 줄도 모르며, 보채기만 하는 인간들을 비웃을 것 같다. 각자의 것이 정해진 것도 모르고 우왕좌왕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기적인 마음을 야단치는 것 같다. 하나의 태양을 나누며 살아가는 나무들의 마음을 닮고 싶다. 욕심과 억지가 없는 자연은 세속에 물든 나를 깨끗이 씻어준다. 앞으로 나아가는 오솔길을 따라 가면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날리며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볼 수 있어 감사하고, 들을 수 있어 감사한다. 걷고, 웃고, 느끼며, 같이 걸어가는 남편이 있어 더욱더 감사하다.
성급한 나무들이 옷을 벗고 땅을 덮으면 또 다른 계절이 다가오고 더 나은 날들을 향한 소망으로 가슴이 뜨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