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다림에 지치고... 그리움에 숨이 넘어간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새벽 3시 반에 잠이 깼다. 누워서 잠을 청해 보지만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머릿속은 복잡하고 눈은 말똥말똥하다. 세상은 암흑같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작은 빛도 없지만 고이 자는 남편이 깰까 봐 조심스레 마루로 간다. 어제 동생이 보내준 엄마의 모습이 자꾸 어른거려 잠을 자면서도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인지 새벽에 잠을 깨어 다시 잘 수 없었다. 눈으로 찍은 사진은 잊히지 않아 오랫동안 생각이 나서 요양원에 계시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코로나 때문에 요양원 출입이 금지된 지 6개월이 넘는 사이 요양원에서 엄마를 돌봐주시던 요양보호사와 간간히 연락을 하며 엄마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자식이 많아도 아무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엄마의 상황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고 자세히 전해줄 수 있는 그분 덕분에 멀리 살고 있는 나지만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동안 내게 온 행운이었고 6월 중순에 그분이 건강상 그만 두신 이후로 나는 연락할 길을 잃었다. 눈도 흐리고, 귀도 잘 안 들리는 고령의 엄마에게 전화가 없으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것도 용의치 않은 현실이 되었다. 그리워도, 보고파도, 하늘길이 막혀있는 지금으로서는 막연하고 해결방법이 없다. 어떻게 해서 한국에 간다고 해도 자가격리 2주와 엄마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형제들도 조심해야 하고 이곳에 돌아온 뒤에도 2주간의 자가격리를 해야 하니 정말 아무것도 못 하는 신세가 되었다. 영원히 살 수도 없고, 내일을 알 수 없는 엄마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요양원에서 쓸쓸하게 그렇게 외로움 속에 돌아가실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진다. 세상이 어찌하여 이렇게 되었는지 야속하다. 찾아갈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는 이 현실이 너무 슬프다.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이토록 가슴 아프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구가 병이 들어 꼼짝을 할 수 없고 사람들이 사람을 가까이할 수 없는 이것이 인간의 삶이 되었다니 기가 막히고 통탄할 노릇이다. 누구에게 손가락질도 못하고 앉아서 당하며 겪어야 한다. 잘잘못을 따질 수도 없고 원망을 할 수도 없다. 자연이 가져다준 재난이라 생각하며 그때까지 참으며 살아야 한다. 인간의 방종은 오늘을 만들었고 오늘의 절제는 내일의 희망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만남의 인연이 이렇게 허망하게 끊어질 것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된다. 자유롭게 다니고 하고 싶은 것 하며 살던 때가 너무 그립다. 만날 사람 만나고 살던 때가 너무 좋았다. 사람을 만나는데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쓰고 경계를 해야 하는 세상이 두렵다. 그냥 이대로 엄마를 보내게 될까 봐 무섭다.



(사진:이종숙)




한달음에 달려가 엄마를 안아 드리며 감사했다고, 사랑한다고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그 말 한마디 하기가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눈물이 난다. 더도 말고 딱 한 번만이라도 엄마를 보고 싶다. 마지막이라도 좋으니 엄마의 손을 잡고 싶다. 같은 서울에 살아도 엄마를 찾아뵐 수 없는 동생이 요양원 원장과 통화를 하며 엄마 사진 하나를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엄마 사진을 가톡 방에 올렸는데 몰라보게 연로하신 엄마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진정이 안된다. 인간의 모습이 너무 처참해서 견딜 수가 없다. 마지막 가시기 전에 자식들 조차 볼 수 없는 세상이 원망스럽다. 확진자수가 두 자릿 수로 내려가면 방문을 허락한다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 현실성이 없다. 시간은 쉬지 않고 가고 기다리는 내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것도, 만나는 것도, 인연이라는데 나의 인연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방황하고 있는가? 기다림은 하나의 꿈이 되어간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불과한 기다림이다. 안타까워하며 살아야 한다. 언젠가는 봄이 오기에 오지 않는 봄을 기다림이 차라리 나을 것이다. 과연 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엄마를 볼 수 있을까? 짧아져 가는 인연의 꼬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엄마가 계시는 하늘을 바라본다. 무정한 하늘은 아무런 말이 없다. 코로나가 내 앞길을 막고 내 발길을 잡는 기가 막힌 세상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후회와 미련이 엇갈리고 내일을 모르는 삶이 두렵다. 아무리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지만 생이별 속에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은 갈길을 잃어버렸다. 세균이 옮긴다 해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생각에 속이 상한다.


확진자가 늘어나고 사람들은 집에서 생활하며 좋아질 날을 바라지만 코로나라는 쓰나미는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간다. 차라리 처음부터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봉쇄를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코로나가 사람 잡는 무기가 되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휘저어 세상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오도 가도 못하고 세상이 감옥이 되어 간다. 정신병도 많아지고 자살률도 높아진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대답이 없다. 요양원에서 행여나 가족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노인들의 갈길은 어디인지 모르겠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고 방역을 철저히 하면 된다는 말은 말뿐이란 말인가? 아픈 사람은 못 가지만 건강한 사람은 부모가 기다리는 요양원에 가는 것을 막지 말아야 옳다. 살아생전 찾아뵙지 못하는 자식들의 마음은 오늘도 찢어진다.


나는 기다림에 지치고 그리움에 숨이 넘어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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