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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Sep 26. 2020

세상은 편해졌는데... 점점 살기 힘들어진다



(사진:이종숙)




세상 살기가 점점 쉬워진다. 인간을 편하게 하기 위한 기술이 점점 발달되어 이대로 가다가는 사람은 그냥 허수아비가 될 것 같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몸으로 하던 것들이 지금은 기계화가 되어 손가락 하나면 된다. 어제 텔레비전에서 대형마트 홍보를 하는 것을 보았다. 드론이 공중에서 어느 집 뜰에 온라인으로 주문한 것을 배달해 주고 가는 것을 보여준다. 집 뜰에서 사람물건을 받아가지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몇 초 안에 주고받는 일이 끝나고 그 드론은 사라져 버린다. 드론 이야기는 몇 년 사이에 많이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이토록 일상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니 잠깐 놀랐다. 앞으로 머지않아 나에게도 저런 드론이 쇼핑을 해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보고 물건을 골라 샀던 시대가 옛날이 되고 온라인으로 거침없이 물건을 사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커다란 물건까지 배달이 되어 굳이 물건을 사러 여기저기 다닐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세상은 이제 쇼핑센터도 필요 없고 사무실이 다닥다닥 붙은 빌딩도 필요 없고 학교도 필요가 없게 될지도 모른다. 다들 재택근무를 하고 온라인으로 공부를 하며 살아간다. 옛날에 당연시되던  일상은 과거가 되었고 알 수 없던 미래가 현실이 되어 버젓이 인간들 사회가 돌아간다. 그렇게 변화되는 모습이 신기하고 좋지만 따라가지 못하는 나이 든 사람들은 두렵기도 하다. 머리가 안 따라주고 마음도 따라가려고 지 않아 더 걱정이다. 시대에 따라 세상은 돌아가고 사람들도 세상을 따라가게 되지만 너무 갑자기 변한 세상은 노인들이 따라가기 버겁다. 교묘하게 사기를 치는 사기꾼도 많아지고 손가락 한번 잘못 누르면 엄청난 사기를 당하는 세상에 무엇이 진짜 인지, 무엇이 가짜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며 판치는 세상에서 어느 때보다도 편한 세상에 전화조차 받기 겁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가 무섭게 사기꾼들은 더 악랄해지고, 사람들은 무참하게 힘없이 당하는데 막을 재간이 없다.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앱도 생기고 연구 하지만 사기꾼들은 선량한 사람들의 머리 위에 있다. 며칠 전에 피해자가 될  한 사람이 현장에서 사기꾼을 잡아서 경찰에 넘긴 사건도 있다는 뉴스를 보며 사람들도 이제는 그냥 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옛날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고 했는데 지금은 '나는 놈 위에 사라지는 놈'이 있을 것 같다. 사기꾼들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사기를 치고 사라져 버려 찾을 수 없는 시대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전염병이 퍼져 확진자수가 늘어나 행선을 파악하려고 만든 기술이 개인정보를 빼가는 수법으로 악이용 되어 사람들은 나날이 두려워하고 있다.


무엇이 인간을 돕고 피해를 주는지 모르겠다. 편한 생활이 좋기는 한데 그 틈을 노리는 지능범들이 판을 치니 걱정이다. 법을 만들어 놓으면 교묘히 빠져나가는 가짜들을 이겨낼 수 없고 진짜는 가짜에 가려 보이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옛날이 좋았다고 푸념을 하는 노인들의 말에 공감이 간다. 살기 좋은 세상이 몸은 편할지 몰라도 두렵다는 말을 들을 때 앞으로의 삶이 궁금하다. 어떤 미래에 우리가 살게 될는지 모르지만 적응이 힘들어질 것은 뻔하다. 관공서에 전화로 문의하는 것은 옛날이고 모든 일이 온라인으로 해야 하는데 노인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아이들의 힘을 빌려하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다. 아이들에게는 쉬운 일도 노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컴퓨터를 안 쓰며 살아온 노인들은 잘 안되기에 힘들다. 코로나 이전에 카페에 가면 많은 노인들이 커피를 한잔씩 앞에 두고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진:이종숙)




대개 연세가 높은 사람들이지만 어쩌다 젊은 사람도 나가서 낄 때가 있다. 젊은 사람이라도 60대 후반이나 70 초반이다. 70대 중반이나 80에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60반은 젊은이로 보인다. 몇 살 차이 진다고 컴퓨터를 조금 알기에 젊은 사람(?)이 오면 노인들은 각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하나둘 묻기 시작한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자식들이 사주거나 본인이 장만을 했는데 작동법을 모르기에 짐이다. 그저 가지고 다니기는 하지만 사기꾼이 무서워서 전화도 못 받고 꺼놓고 다닌다. 눈만 뜨면 사기사건 때문에 당한 이야기가 많으니 당하지 않으려면 꺼놓아야 한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알 수 없는 아이들은 "전화를 왜 꺼놓느냐?  그럴 거면 취소를 하라". 고 한다. 취소하자니 남들 다 있는 전화인데 그마저 없는 것은 안되고 가지고 다니지만 귀찮고 애물단지처럼 처치곤란이다.


젊은 사람들은 전화하나 가지고 별걸 다하며 사는데 아무것도 할 줄 모르면서 그냥 가지고 다닌다. 전화도 오지 않고  전화를 걸 데도 없는데 어쩌다 애들에게 전화를 하려고 전화를 찾으면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 혹시나 비싼 전화를 잃어버리기라도 했나 해서 여기저기 찾다 보면 엉뚱한 곳에 두고 찾아 헤맨다. 살기가 편한 게 아니고 더 힘들어졌다. 지금은 번호대로 입력해서 숫자 하나만 누르면 원하는 사람하고 통화할 수 있는데 전화걸 사람이 없다. 다들 카톡으로 소통하여 편리하지만 하다가 무언가 잘못 누르면 작동이 잘 안 된다. 이것저것 만지면 고장 날까 봐 주머니에 모셔 놓았다가 젊은 사람이 눈에 띄면 모두 물어보느라 바쁘다. 아무것도 아닌 문제들이 노인들에게는 엄청난 큰일이다. 기초만 알아도 노인들에게 대접을 받으며 고맙다는 말을 듣는다. 어느 사람에게는 쉬워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답답한 세상이다.


노력을 하면 조금은 낫겠지만 노력도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그게 안되니 걱정이다. 관심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아 발전이 없어 젊은이들이 세상을 이끌어가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게 되는 것 같다.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매일이 토요일이고 일요일이다. 알 필요도 없고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나이 들면 어린아이로 돌아간다는 말이 맞는다. 여러 번 가르쳐줘도 못하니 가르쳐주는 애들이나 잊어버리는 어른이나 지쳐버린다. 급기야는 아예 체념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직접 해준다. 그나마 우리 또래는 가르쳐주면 이해하고 따라서 해보는 시늉을 하며 살지만 앞으로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한심하다. 세상이 발달해서 살기 좋은 세상이라 하지만 세상을 따라가기가 숨이 찬다. 어서 빨리 우리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을 배우며 살아야 한다. 컴퓨터가 없던 시대에는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지금의 강산은 일 년에도 몇 번씩 바뀔 것 같다.



점차 장 보는 것도 힘들어지는데 온라인으로 장보고 드론으로 배달을 받는 방법부터 배워야겠다. 나도 현대인이 되어 한번 살아보자

세상은 편해졌는데... 점점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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