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ng Sook Lee Oct 20. 2020

인생의 겨울이... 잠깐 다녀갈 뿐 봄이 온다



(사진:이종숙)



세상이 왜 이래
이렇게 힘들어..

요즘 한창 뜨는 나훈아의 신곡 '테스 형'의 가사 일부다. 정말 난데없이 나타난 코로나로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사는 게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모른다. 여기저기서 뻥뻥 터지는 사고소식에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렇다고 뉴스를 안 볼 수도 없고 보자니 속 터지지만 할 수 있고 해결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그냥 무시하고 살 수 없고 알면 답답하다. 모르는 게 약인지, 아는 게 병인지 정말 모르겠다. 문제없는 나라 없고 데모 안 하는 나라 없다. 서로를 믿고 신뢰하지 않고 손가락질만 하며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다. 정말 세상이 왜 이래? 가 된 세상에 소식은 왜 이리 빨리 배달되는지 모르겠다. 눈뜨면 알게 되는 세상 소식은 좋은 소식은 찾아볼 수 없고 전부 나쁜 소식 천지다. 그래도 산다. 살아야 한다. 좋은 소식은 늦게 오는 것 같아도 언젠가는 온다.


마음이 급해서 늑장 부리는 것 같지만 좋은 소식이 오고 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이제 6개월 동안 겨울과 함께 살아야 한다. 좋든 싫든 겨울과 동무하며 재밌게 살아야 한다. 생각하면 길지만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또 금방 간다. 지금껏 살아온 것처럼 그렇게 살면 된다. 앞으로 두 달 살다 보면 동지가 되어 해가 길어지고 춘분이 되면 봄이 오는 것이다. 좋은 소식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이 들 때는 봄을 생각한다. 황량한 들판에 파릇파릇 새싹이 올라오고 들꽃이 피고 나뭇잎이 싹을 띄우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코로나가 세상을 점령해도 사람들은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에 코로나가 사회를 마비시키듯 밀려왔지만 지금은 대처하며 적응하며 살아간다. 다 떨어진 나뭇잎에 땅은 하루가 다르게 딱딱하게 굳어가고 계곡물은 이미 며칠 전부터 얼기 시작했다.


며칠 전 계곡물에서 신나게 헤엄을 치며 놀던 수달도 자취를 감췄다. 봄이 올 때까지 어딘가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궁금하다. 몇 개 남은 나뭇잎들마저 다 떨어진 숲은 황량하고 어둡지만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뿌리는 여전히 물을 빨아들이며 봄을 향해 버틴다. 가을 날씨가 좋아 봄인 줄 알고 새로 나오던 풀들이 누렇게 죽어 서있다.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면 땅으로 누워 버릴 것이다. 아름다운 단풍잎에 홀려서 숲 속을 걸었는데 지금은 나목이 되어 서서 죽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죽음은 어둡고 거무죽죽한 모습이다. 다시 살아날 것 같지 않은 겨울의 색이다. 누렇게 메마른 모습으로 오솔길 옆에 서있는 잡풀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난다. 40년을 이곳에서 살면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고 많은 어른들이 죽었다. 태어난 아이들을 축하하고 죽은 사람들을 보내며 세월 따라 달라진 모습을 본다.




(사진:이종숙)




여러 가지 좋은 일에 축하를 해 주며 병이 들면 위로하고 죽으면 슬픔을 함께하며 고인을 보냈다. 코로나로 지금은 달라져 가족 위주로 모든 일을 한다. 한국의 정서를 이곳까지 가지고 와서 몇십 년 동안 살던 우리는 도와주고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왔다. 좋은 일에 축의금을 주고 슬픈 일에 조의금을 내며 그 옛날 보험이 없던 시절처럼 품앗이를 하며 정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식을 해도, 초상을 치러도 부르지도 않고 가지도 않게 되었다.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생략한 몇몇 분들이 계시지만 돈의 액수로 사이가 나빠진 사람들도 없지 않다. 생활 형편 되는대로 도움을 주고받던 시대가 아니고 액수에 따라 우열을 가리는 세상이 되어 한동안 물의를 빚곤 했는데 코로나로 모임을 자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유형으로 바뀌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몇 명 안 되는  신자수로 종교집단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많은 신자들이 종교나 신앙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는 통계 결과는 또 다른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다. 앞으로는 개인주의가 되어 가족 위주로 살아가며 서로를 모르고 교류 없이 살게 될 텐데 두려운 생각이 든다. 이웃을 모르고 혼자만 그리고 가족만 알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사회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 장기화로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며 살지만 우리가 모르는 전혀 다른 삶이 될 것을 생각하니 그 또한 설렌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계절에 적응되어 가듯이 사람도 계절처럼 이렇게 길들여져 간다. 사는 게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는 유행가 가사로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는 것 같다. 물론 살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전염병으로 경제가 마비되고 직업을 잃고 살길이 막막한 사람들이 많다. 내일이 보이지 않는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현실이다. 코로나는 점점 더 극성을 부리며 확산하고 있다. 생각하면 참으로 앞이 깜깜하다. 그래도 무엇이든지,  무슨 일이든지 시작처럼 끝이 있고 언젠가는 지나간다. 연구진들은 백신을 만들고 사람들의 방역 수준도 높아져 희망은 있다. 오고 있는 추운 겨울만 생각한다면 하루도 못 산다. 겨울 뒤에 오는 파란 싹의 봄이 있기에 희망하며 산다. 코로나가 처음 왔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생각해 본다. 알 수 없는 바이러스라는 세균이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며 옮긴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두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생겨 싸우며 대처한다. 코로나가 가고 있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있다.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가 아니고 '세상이 왜 이래 세상이 너무 좋아!'로 바뀌는 날이 곧 올 것이다. 봄은 온다. 겨울이 잠깐 다녀갈 뿐 봄이 오고 있다.



얼은 계곡물에 누군가가 지팡이 하나를 꽂아놓았다.(사진:이종숙)
작가의 이전글 수다 300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