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구두 한 켤레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나에겐

버리지 못하는

구두 한 켤레가 있다

신발장에
놓여있는 낡은 구두 한켤레
버렸다가 다시 신기를
몇번하고도
여전히 신발장을 지킨다

색도 바랬고
바닥도 다 달았는데
무슨 미련이 그리도 많은지
구석에 두고
막일을 하는 날
어김없이 빛을 발한다

진흙이 무서우랴
비도 흙탕물도
거침없이 밟는다


여태까지 버티었던
희생과 순종의 시간
이 순간이 지나가면
빛나게 닦여져
신발장을 지키는 수문장이 된다


버리지 못할 이유도 없고
가지고 있을 핑계도 없는
낡은 구두는
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닌다


신발장을 열면

다 떨어진 구두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주름살 많은 엄마같이
나를 바라본다

할말이 있어도
보고싶어도
함께 걷고 싶어도
나를 기다려주는 엄마같은

낡은 구두 한 켤레


오늘도 나는
새구두 마다하고
예쁜 구두 밀어놓고

낡은 구두 한 켤레
살며시 끌어내어 신는다


두발을 넣으면
엄마품처럼 편안한

낡은 구두를 신고 걷는다

위험도 막아주고

더러운것도 피해주고

날마다 나를 위해 희생하는

엄마같은 낡은 구두가 좋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증상 코로나로... 세상은 또 다른 혼란을 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