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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구두 한 켤레
by
Chong Sook Lee
Dec 4. 2020
(사진:이종숙)
나에겐
버리지 못하는
구두 한 켤레가 있다
신발장에
놓여있는 낡은 구두 한켤레
버렸다가 다시 신기를
몇번하고도
여전히 신발장을 지킨다
색도 바랬고
바닥도 다 달았는데
무슨 미련이 그리도 많은지
구석에 두고
막일을 하는 날
어김없이 빛을 발한다
진흙이 무서우랴
비도 흙탕물도
거침없이 밟는다
여태까지 버티었던
희생과 순종의 시간
이 순간이 지나가면
빛나게 닦여져
신발장을 지키는 수문장이 된다
버리지 못할 이유도 없고
가지고 있을 핑계도 없는
낡은 구두는
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닌다
신발장을 열면
다 떨어진 구두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주름살 많은 엄마같이
나를 바라본다
할말이 있어도
보고싶어도
함께 걷고 싶어도
나를 기다려주는
엄마같은
낡은 구두 한 켤레
오늘도 나는
새구두 마다하고
예쁜 구두 밀어놓고
낡은 구두 한 켤레
살며시 끌어내어
신는다
두발을 넣으면
엄마품처럼 편안한
낡은 구두를
신고
걷는다
위험도 막아주고
더러운것도 피해주고
날마다 나를 위해 희생하는
엄마같은 낡은 구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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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엄마
신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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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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