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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Nov 12. 2020

쌀뜨물로 끓인... 엄마의 국밥은 사랑이었다


(사진:이종숙)



아.. 따끈한 국밥이 먹고 싶다. 이렇게 눈이 오고 추운 날엔 엄마가 끓여주던 맛있는 국밥이 생각난다. 며칠 전에 무섭게 쏟아졌는데 아직 다 쏟아내지 못했는지 계속 내리는 눈을 보고 있다. 이런 날은 따끈따끈하고 맛있는 국밥이 많은 한국에 가고 싶다. 시장에 가면 이런저런 국밥을 파는 식당들이 줄지어 있어 배고프고 힘든 사람들에게 싸고 맛있는 국밥을 판다. 요즘에 코로나로 식당 출입을 자제하여 국밥 장사들도 힘들다지만 여전히 국밥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인기가 많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시장 속의 푸짐한 국밥이 나오면 그저 눈으로 먹고 침만 삼킨다. 코로나가 온 뒤로 식당에 가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아무 때나 자유롭게 다니던 식당 출입이 코로나로 인해 줄어들고 락다운이 풀렸는데도 게 되지 않는다. 고향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길은 내가 직접 해 먹는 수밖에 없다. 


옛날에 엄마가 끓여주시던 국밥에 무엇을 넣었는지 정말 맛있었다. 특별히 넣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엄마의 국밥은 언제 어느 때 먹어도 맛있다. 감잣국 콩나물국 김칫국 할 것 없이 다 맛있다. 첫애를 갖고 오랫동안 입덧을 심하게 하는데 아무것도 못 먹고 토하기만 했다. 이것저것 다 먹어도 토하기만 하는 나에게 엄마는 조기찌개를 해 주셨다. 얇은 냄비에 조기 새끼 몇 마리에 고춧가루 파 마늘 소금을 넣고 찜으로 해 주셨는데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그렇게 심하게 하던 입덧이  끝났던 것이 지금도 생각난다. 아버지가 가게 문을 닫고 집에 오시는 시간은 우리가 밥을 먹은 지 두 시간 정도 지난 뒤이다. 소화가 다 되어 배가 고픈 시간에 아버지의 상에 올라온 환상적인 동태 찌개는 한창 먹어도 모자란 우리들에게 회를 동하게 했다.


세월이 흘러 나도 나이가 들었지만 그때 그 맛있던 엄마의 동태 찌개를 끓여도 그 맛을 낼 수가 없다. 무엇을 먹어도 달았던 입맛 탓도 있겠지만 엄마만의 비법으로 무엇을 만들어도 맛있게 변한다. 김치가 시면 엄마는 김치와 두부를 길게 썰어 멸치 몇 마리 집어넣고 김칫국을 끓이신다. 아무것도 아닌 김치와 두부는 환상의 조화를 이루고 온 식구들은 김칫국 한 그릇에 모두가 행복하다. 엄마가 해주시던 국밥이 먹고 싶을 때마다 엄마가 음식 만드시던 기억을 더듬는다. 엄마는 국을 만들 때 언제나 쌀뜨물을 사용하셨다. 밥을 할 때마다 쌀을 그릇에 박박 문질러서 쌀뜨물을 만들어 국 냄비에 덜어 놓으시고 쌀을 깨끗이 헹군 다음에 밥을 지으신 엄마는 받아놓은 쌀뜨물로 여러 가지 국을 끓이셨다. 미역국도 뭇국도 쌀뜨물을 넣어 끓이면 맹물보다 훨씬 맛있던 기억이 난다. 생일날에 끓여주시던 미역국은 세상에 어떤 국보다 맛있고 김장날에 끓이시던 소고기 뭇국은 환성적인 맛이었다.




(사진:이종숙)



새록새록 생각나는 엄마 국밥이 먹고 싶은 마음에 추억에 잠겨있다가 국밥이 먹고 싶어 취나물을 넣고 된장국을 끓여본다. 엄마의 비결이 빛을 발하는 날이다. 구수한 국을 끓이려면 쌀뜨물이 필요하기에 아침에 쌀을 씻으며 쌀뜨물을 준비했다. 한국사람에게 추운 날엔 당연히 국밥이 최고다. 여름에 취나물을 뜯어다가 얼려놓은 게 있어서  어젯밤에 내어놓았다. 아침이 되니 잘 녹아서 된장국을 끓이면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쌀뜨물에 고기 덩어리를 푹 삶아서 고기는 결대로 찢어놓고  야채를 고기 국물과 푹 삶는다. 얼렸던 채소는 질기기 때문에 강한 불로 한번 끓인 후에 약한 불로 은근히 끓여야 부드럽고 맛있게 된다. 양파와 마늘 그리고 고춧가루를 넣고 간을 한 다음 된장과 고추장숟가락씩 풀어 잡내를 잡아 주고 끓여낸다. 고슬고슬하게 익어가 냄새와 된장국 냄새가 집안에 구수하게 풍긴다.


엄마의 국밥을 생각하며 나는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 먹어도 먹어도 싫증이 안 나던 엄마의 음식인데 이제는 아이들이 엄마 음식이 먹고 싶다며 방법을 묻는다. 엄마가 얘기하시던 비결을  하나하나 꺼내서 이야기해준다. 세상이 변하고 세월이 가도 엄마의 쌀뜨물 비결은 이렇게 전수되어간다. 쌀뜨물에 특별한 영양이 있을까만은 식구들을 위해 밥을 하시는 엄마의 정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엄마가 쌀뜨물로 끓인 국밥은 사랑이었다. 요즘같이 편리한 세상도 아닌 추운 겨울에 고무장갑도 없이 썰렁한 부엌에서 종종걸음 하며 식탁을 차리셨던 엄마의 사랑에 국밥을 뜨는 내 눈을 흐리게 한다. 작은 것 하나도 소중히 여기시며 사신 엄마가 유난히 보고 싶은 날에 엄마의 국밥을 끓인다. 한참을 끓여낸 된장국은 고기도 채소도 알맞게 익었다. 밥 위에 얹어 먹고 말아먹을 생각을 하며 멀리 계신 엄마가 보고 싶어 하늘을 바라본다. 


뚝배기를 좋아하는 나는 된장국을 뚝배기에 정성 들여 담는다. 뚝배기에 담긴 된장국은 나의 특별한 음식이 되어 세상에 태어난다. 송송 썰은 파를 올리고 고춧가루 한 숟갈을 섞어서 한입 크게 떠먹으면 나는 어느새 엄마의 국밥을 맛있게 먹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행복을 먹는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산다는 말이 있듯이 지난날들은 오늘도 살아가는 힘이 되어 내게 온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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