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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Nov 11. 2020

세상을 만나며... 나를 만납니다



(사진:이종숙)


세상은
내가 만나지 않으면
만날 수 없습니다


스쳐가는 바람도
밀려오는 파도도
그냥 버리면
서로를 만나지 못한 채
떠나갑니다
만남이 없는 이별이 없듯이
이별하지 않으면
만남도 없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을 끌어안고
내리는 비를 맞으며
서로를 알리고 보여줄 때
비로소
서로는 서로의 존재를 바라봅니다


미처 몰랐던 날들
차마 말할 수 없던 마음을
마주하며 털어놓고 시작되는
세상과의 만남
때로는 그 만남이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더러는 그 사랑이
아프기도 하고 괴롭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나는 것과 스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세계
내가 만나지 않은 세상은
하늘에 떠있는 구름 같은 것

구름 안에

비가 있는지, 눈이 있는지

해가 숨어있는지 아무것도 모릅니다


보고 있는 것과
포옹하는 것은 다릅니다
내가 만나지 않고 보내버린 세상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험한 파도는 나를 삼킵니다
폭풍의 비바람이
천지를 뒤집을 때
세상과 나의 만남은 이루어집니다
간절한 소망을 전하며
서로를 알아갑니다
진정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갑니다


세상과 만나기 위해

비를 맞고 바람을 끌어안고

눈부신 햇볕을 바라봅니다

죽음을 가져올지 모르는

무서운 파도를 헤치고 세상을 만납니다


내가 세상을 외면하면

세상도 나를 외면합니다

그러기에

만남을 회피하지 않고

세상을 만나러 갑니다

세상이 아무리 무섭고 두려워도

사랑이 있기에

세상을 만나러 갑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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