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가는 바람도 밀려오는 파도도 그냥 버리면 서로를 만나지 못한 채 떠나갑니다 만남이 없는 이별이 없듯이 이별하지 않으면 만남도 없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을 끌어안고 내리는 비를 맞으며 서로를 알리고 보여줄 때 비로소 서로는 서로의 존재를 바라봅니다
미처 몰랐던 날들 차마 말할 수 없던 마음을 마주하며 털어놓고 시작되는 세상과의 만남 때로는 그 만남이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더러는 그 사랑이 아프기도 하고 괴롭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나는 것과 스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세계 내가 만나지 않은 세상은 하늘에 떠있는 구름 같은 것
구름 안에
비가 있는지, 눈이 있는지
해가 숨어있는지 아무것도 모릅니다
보고 있는 것과 포옹하는 것은 다릅니다 내가 만나지 않고 보내버린 세상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험한 파도는 나를 삼킵니다 폭풍의 비바람이 천지를 뒤집을 때 세상과 나의 만남은 이루어집니다 간절한 소망을 전하며 서로를 알아갑니다 진정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