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만 행복하면... 엄마는 괜찮아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엄마는 괜찮아...


엄마가 제일 잘 쓰는 말은

괜찮아라는 말이다.

힘들어도 배고파도 엄마는 참으며 산다.

엄마도 다 같은 사람인데

엄마는 왜 다 괜찮은지 모르겠다.

옷도 싸구려만 입고

식당에 가면 제일 싼 음식을 시킨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소화가 안된다며

우리들 한테만 먹으라고 하신다.


철없는 우리들은 식당에 가면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시키고

갖고 싶은 비싼 명품을 카드로 산다.


맛있는 음식은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잘 씹지도 않고 넘긴다.


조금만 배고파도

조금만 아파도 못 견디고

조금만 억울해도 조금만 슬퍼도

죽고 싶다고 한다.


엄마는

아무것이나 입고

아무거나 먹어도

배만 부르면 된다고 한다.


몸에 딱 맞고

색도 모양도 예쁜 옷만

좋아하는 우리는

헌 옷은 배색이 안 맞고

유행이 지났다고

타박하며 새로 사 입는다.


엄마는

유행도 뒤떨어지고

엄마한테 맞지도 않는 옷을

우리가 버린다고 하면

절대로 버리지 못하게 하고

어느 날 보면 엄마가 입고 다닌다.



그래도 엄마는 괜찮다고 한다.

좀 크면 어떻고

구식이면 어떠냐고

따뜻하면 된다고

괜찮다고 입고 다닌다.


우리는

비싼 돈 들여서

정기적으로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자르는데

엄마는 미장원에 가는 것이

성가시다고 집에서 자른다.


앞머리도 뒷머리도

비뚤비뚤한데

고데기로 몇 번 하면 된다고

괜찮다고 한다.


우리는

비싸면 잘하는 줄 아는데

엄마는 어디서 알고 가는지

동네 아줌마가 집에서 하는

싸구려 미장원에 가서

뽀글뽀글한 파마를 하고 온다.


엄마는

용돈을 드리면

내가 드린 것보다

더 많이 우리에게 주신다.


우리가 돈을 쓸 때

엄마는 돈을 모아서

필요할 때 쓰라고 한다.


엄마는

돈이 없어도

괜찮다고 한다.


옷도 있고

신발도 있고

그릇도 있는데

돈 쓸데가 없다고 하신다.


엄마는

다 괜찮다고 하신다.

우리들만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하신다.



엄마는

다 괜찮다고 하신다.

아파도 안 아프다고 하시고

배고파도 배부르다고 하신다.


힘들어도 참고

괴로워도 참으며

다 괜찮다고 하신다.

엄마가 괜찮다고 하는 말에

그런 줄 알았다.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괜찮다는 말은

안 괜찮다는 말이다.


다 같은 사람인데

엄마라고 괜찮을 수 없다.

엄마니까

참고 기다렸던 것이다.


좋은 음식 배불리 먹고

예쁜 옷 입고 다니고 싶어도

우리들을 위해

괜찮았던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

엄마는

일부러 괜찮아져야 했던 것이다.


엄마도

우리처럼 살고 싶지만

우리를 위해

일부러 괜찮은 척했을 뿐이다.


'엄마는 괜찮아'라고 하는

엄마는

거짓말쟁이다.

'괜찮지 않아'를

반대로 말한 거짓말이다.



이제 나도 엄마를 닮아가며

다 괜찮다고 한다.

엄마처럼

나도 거짓말쟁이가 되어간다.

엄마가

싸구려 옷을 입고

식당에 가면

소화가 안되고

구식도 마다하지 않은

이유를 이제 안다.



나도 이제 화려한 옷도

기름진 음식도 다 싫다

입어서 편한 옷이 좋고

먹어서 배속이 편한 음식이 좋다.


몸에 딱 붙는 옷보다

헐렁한 옷이 좋고

고급스러운 그릇보다

가볍고 깨지지 않는 그릇이 좋다.


멋진 구두보다

신어서 발이 편한 신발이 좋다.


엄마를 닮아간다.

엄마를 이해한다

다 괜찮다고 하던 엄마처럼

나도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한다.




엄마가 하던 말이 자꾸 생각난다.


'너희들만 행복하게 잘 살면 엄마는 괜찮아'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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