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시오 편히 가시오 아무것도 아닌데 정말 별것도 아닌 것에 목숨 걸고 몇 번 웃고 몇 번 울고 보내버린 세월 세상 끝까지 살듯이 억척을 떨고 영원히 머무를 것처럼 살았는데 기뻐하다 슬퍼하다 어느 날 그렇게 그냥 가는 것을 좋은 모습도 힘든 모습도 다 잠깐인걸 눈감고 손 피니 그만이야 영상에 보이는 사진 몇 장 왔다가는 모습이 처량하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그 모진 고생 하러 이 세상 왔던 건가 이제는 걱정 근심 없는 곳에서 편히 쉬구려
몇 년 전 그녀가 떠난 날 쓴 시.
인생 별것 아니라는 말을 한다. 별것도 아닌 인생 살면서 지지고 볶으며 울고불고 괴로워한다. 따지고 보면 잠시 왔다가는 하루를 계속해서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불과한데 어제의 괴로움을 안고 오늘을 맞으며 고통 속에 내일을 맞는다. 젊었을 때 좋아서 만나 결혼하여 아이들까지 낳고 살았는데 어째서 그들이 그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람을 좋아하는 남편은 직장을 다니며 골프를 치며 들판으로 돌아다니고 여자는 조그만 슈퍼를 운영하며 살다가 퇴직을 하고 집에 있기 시작하며 문제가 생겼다.
나이가 들어가니 함께 놀러 다녀도 좋으련만 평생을 혼자 친구들과 놀던 남편은 여전히 밖으로 돌고 여자는 혼자 집에 있기 시작하며 우울증이 생겼다. 워낙 소극적인 여자라서 쉽게 친구도 못 사귀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병은 점점 깊어지고 결국 둘은 별거를 하게 됐다. 여전히 남자는 밖으로 돌고 여자는 아무도 없는 깊은 구렁 속으로 들어가 암흑 속에 살게 되었다. 말하는 사람도 없고 그녀를 이해하려 드는 사람도 없다. 의사를 만나서 약을 처방받았지만 먹지 않는 그녀의 고집을 아무도 꺾을 수 없었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약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었다. 약으로 조절하며 운동과 함께 병행하면 될 텐데 그녀는 절대 남의 의견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것도 우울증의 증세로 약이 도움을 주지 않고 자신을 죽이는 것으로 생각하는 그녀를 아무도 도와주지 못한 채 세월이 가고 증세는 더욱 심해갔다. 어쩌다 외출해서 길거리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감정의 기복이 너무 심했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어떤 때는 반갑게 대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숨기도 하여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가족도, 친구도 경계하는 그녀에게 아무도 가까이 갈 수 없었다.
남편도, 자식들도 노력을 하였지만 쳐다보는 눈길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변해가고 있어 점점 거리를 두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녀 스스로가 안정을 하며 나아지기를 바라며 기다렸지만 나아지지 않은 상태로 세월이 가고 그녀는 혼자 무서운 고독 속에 자신만의 집을 지으며 힘들어했다. 의사 말도 듣지 않고 식구들의 말도 듣지 않으며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결국 먹는 것도, 보는 것도 독이 되어 그녀에게 암이라는 병이 찾아왔다. 치료를 받으며 그제야 의사의 말을 듣고 약을 먹고 치료를 했지만 혼자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밖으로 나오기엔 너무 깊이 들어간 상태였다.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사람들의 사랑을 알게 되었지만 너무 늦었다. 의사도 식구도 친구도 그녀를 구할 수 없었고 어느 따스한 봄날 그녀는 그렇게 떠났다. 아픔 속에서 세상과 사랑을 거부하며 살던 그녀는 그렇게 가버렸다. 별것 아닌 인생인데, 아무것도 아닌 인생인데 혼자의 방에 갇혀 살다가 외롭게 떠났다. 그녀가 떠난지는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생각난다. 외롭게 살다 간 그녀의 삶이 가엾다. 누군가는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고 누군가는 외면당한 채 살아가고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하다. 물론 그녀가 병이 있어 그렇게 살았지만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이 든다.
운명이란 무엇이고 인생이란 무엇인가. 알다가도 모르고 답이 없는 질문이다. 한때는 잘 만났다고 했는데, 멋지게 잘 산다고 했는데 어느 날 운명의 장난으로 삶이 바뀌고 사람도 바뀌어 전혀 생각지 못한 삶을 살다 가버린 그녀였다. 인물도 좋고 재주도 많아 남편에게 사랑도 많이 받고 주위에 친구도 많았던 그녀가 몹쓸 병으로 다른 사람이 되어 모두 떠난 자리에서 슬퍼하며 살았을 그녀가 지금은 외로움도 괴로움도 없는 평화로운 곳에서 잘 있을 것이다. 인생은 어차피 무지개처럼 예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행복을 만들며 살아야 하는 것처럼 삶은 고난의 연속이다.
무지개는 비가 온 후에 생긴다. 우리의 삶이 힘들어도 비가 없으면 무지개를 만날 수 없다. 무지개가 될 수 없다면 무지개를 만드는 비가 되어 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언젠가 비가 끝이면 무지개를 만들 수 있는 날이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