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한결같음을 원한다. 그러면서도 한결같음에 싫증을 내는 인간의 본능이 있다. 매일이 똑같은 다람쥐 쳇바퀴 돈다고 짜증을 낸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한결같은 사랑을 원하고 한결같이 좋기만을 원한다. 좋고 평화로운 삶이 지속되면 그 좋음도 평화로움도 잊고 무미건조하다고 변화를 원한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을 싫어한다. 참으로 인간의 욕망은 어디가 끝일까 생각이 든다. 어제의 소망은 오늘이 되면 어디로 가고 또 다른 소망이 고개를 든다. 소망이 이루어지면 다른 소망이 생기며 원함은 끝이 나지 않는다.
좋았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싫어지고 싫었던 것을 좋아하게 된다. 사람들을 만나고 알고 친하던 사람이 어느새 멀어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어제의 친구를 잊고 산다. 오늘은 오늘의 만남이 있고 내일은 또 다른 만남을 원하며 산다. 인간은 한결같기를 원하면서도 한없이 변한다. 이 세상 그 무엇도 끝까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머리로 수많은 생각을 하고 무언가를 쫓아다닌다. 자면서도 숨을 쉬고 몸을 움직이며 꿈을 꾼다. 누워서 자는 시간에도 죽지 않는 한 인간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며 무언가를 하면서도 인간은 똑같이 언제나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세상은 돌고 돌듯이 인간의 마음도 돌고 돌아 그 마음을 따라갈 수 없다. 가뭄에 비가 오기를 소망하지만 홍수는 싫다. 겨울에 함박눈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대설경보는 두렵다. 자연은 자연이 하는 일을 하는데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되기를 바란다. 바람을 싫어하지만 바람은 세상을 말리고 자연을 자라게 한다. 바람이 불면 머리가 헝클어져 싫어도 바람이 없는 세상은 무섭다. 각자의 할 일을 한다. 세상은 좋고 싫음이 없고 한결같지 않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될 수 없듯이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내가 될 수 없다. 애타게 그리워하는 마음도 세월 따라 옅어지고 뜨겁던 욕망도 나이 따라 서서히 식는다.
어릴 때는 세월이 너무 느리다고 했는데 지금은 세월을 따라가기가 너무 숨이 차다. 봄 인가하면 가을이고 가을인가 하면 겨울이다. 겨울은 느리게 간다고 하지만 어느 날 보면 나무에 싹이 튼다. 머리를 아무렇게 질끈 매도 예쁜 젊음이 좋아도 무엇을 해도 예쁘지 않은 지금이 좋다. 그 험한 세상을 살아온 내가 대견해서 지금이 좋다. 아무 일도 없고 조용해서 심심한 오늘도 어느 날의 추억이 된다. 시끌시끌한 날이 좋았는데 이렇게 한가하고 조용한 날이 좋아진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계속 원하고 원하던 것을 계속해서 원하지 않게 된다. 오늘 내가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없듯이 원하지 않는 것 또한 거부할 수 없다.
(사진:이종숙)
추운 바람이 불 때는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비가 올 때는 우산을 쓰며 한 세상 살아가며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간다. 김치 민족인 우리는 김치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지만 매일 상에 올라오는 김치를 타박한다. 안 익었다, 너무 익었다, 쉬다 짜다 싱겁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것도 두 번 세 번 먹으면 질리고 아무리 예쁜 옷도 자꾸 입으면 싫증이 난다. 우리 입맛이 변덕을 부리고 우리 눈이 새로운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사시사철의 오묘한 매력이 없다면 삶이 정말 지루할 것이다. 꽃피고 새우는 봄이라도 비 오고 바람 불며 변화를 준다. 추운 겨울이 싫지만 삼한사온이라는 변화로 나름대로 견딜만하다.
세상살이 맘대로 되는 것 없다지만 수시로 바뀌는 내 마음도 모른다. 세상사 인생사 한결같지 않고 오르고 내리는 맛에 산다. 세상만사 다 좋고 행복하기만 하다면 행복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 고통이 있고 슬픔이 있기에 평화를 원하고 기쁨을 원하듯이 인간의 삶은 결코 한결같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도 그것을 원하며 산다. 좋은 시절을 추억해도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삶을 살 수도 없다. 좋은 친구와 영원히 헤어지지 말자고 했지만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조차도 모르고 세월 따라 친구도 달라진다. 코로나가 오래 계속되어 사람들이 무엇을 하며 살까 궁금하지만 그냥 만나지 않고 살아간다.
어느 날 만나면 반갑겠지만 어쩌면 서먹서먹할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여 보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마음도 멀어져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할 말이 많을 것 같지만 공백이 있어 그렇지 않다. 인간은 끊임없이 발전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변화를 싫어하지만 변화한다. 계절 따라 세월 따라 변하고 나이에 따라 취향도 변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대로만 같기를 원하며 바라보는 한가위 달도 조금씩 이지러진다.
보름달이 반달이 되고 그믐달이 되고 초승달이 되어 다시 보름달이 되듯이 우리네 삶도 보이지 않게 달라진다. 싫든 좋든 내게 온 삶은 소중하다.
달이 커지고 작아지듯 우리네 행복도 삶 속에서 숨바꼭질을 하며 우리를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