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만나는... 추억 속의 그리운 세월

by Chong Sook Lee


(사진: 이종숙)


사진을 보며 상상의 날개를 펴본다. 나는 지금 이곳에 있지만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가서 무엇을 하며 누구를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코로나로 꼼짝을 못 하는데 옛날에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보며 다시 한번 그곳으로 떠나 본다. 작년 이맘때는 2주 뒤에 가는 멕시코 골프여행 준비에 한창이었다. 일주일간의 여행이라서 여름옷만 준비하면 되었기에 날짜가 되어 1주일간 여행을 다녀왔다. 그 뒤 심한 감기로 1달 정도 앓고 일어나고 얼마 안 있어 코로나 대유행으로 봉쇄된 후 코로나와의 전쟁을 치른 한 해였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사람 사는 게 지나고 보면 다 추억거리다.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오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고 기다리다 보면 다 좋은 날이 되어 온다. 사진에 찍힌 모습은 다 예쁘고 아름답다. 좋은 날 기쁜 날 사진을 찍으며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인간의 본능인 것 같다.




추억을 더듬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데 현실을 떠나는 최고의 길이다. 오랜만에 앉아서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을 정리하느라 옛날 사진을 보기 시작했다. 철없는 사람들에게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고 하는 말이 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순수하고 엉뚱한 사람들에게 하는 말인데 나이를 거꾸로 먹을 수는 없고 사진을 뒤로 돌려보니 나이조차 거꾸로 먹어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이쁜 짓을 많이 하는 손주들 사진이 여럿 보인다. 손주들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며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가 다르게 콩나물 자라듯 하는 아기들 모습이 너무 예쁘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자라주면 좋겠다. 둘째 아들이 3년을 호주에 살다가 4개월 된 맏손자를 데리고 캐나다에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내년 2월이면 10살이 된다.


세월이 그냥 가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모든 것들을 바꾸어 놓는다. 오래전에는 너도 나도 집안에 가족사진이나 아이들 사진을 벽에 걸어놓으며 살던 시대가 있었다. 집을 방문해보면 대충 집안에 대해 알게 되는데 요즘엔 카메라에 저장해 놓고 사진을 빼지 않아 자연스럽게 집안에 사진을 걸어놓지 않게 되었다. 사진을 하나하나 돌려가며 보니 세월이 거꾸로 간다. 지금이 겨울인데 겨울초에 찍은 사진이 보인다. 그 뒤에는 가을이 보이고 예쁜 단풍나무를 따라 걷던 산책길이 보인다. 숲이 잔뜩 우거지고 짧은 옷을 입고도 더워서 쩔쩔매며 모기를 피해 다니던 여름이 보인다. 긴 겨울 동안 기다려도 오지 않던 봄이 예쁜 모습으로 보이더니 다시 겨울이 보인다. 세월을 거꾸로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을 따라가다 보니 벌써 1년이 지나 작년이 되었다. 세월이 참 빠르다.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에 와서 열흘을 놀다간 사진이 보인다. 손주들을 우리가 봐주니 아이들이 편하게 쉴 수 있던 해였다. 온 식구들이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웃고 떠들며 손주들 쫓아다니던 그때가 그립다. 작년에 내 모습은 지금보다 젊다. 남편 팔짱을 끼고 서서 찍은 사진도 보인다. 어디 좋은 곳이라도 다녀왔는지 멋을 낸 모습이 보기 좋다. 가을 어느 따뜻한 날 사람들을 잔뜩 초대하여 뜰에서 바비큐를 하며 놀던 날의 사진도 보인다. 여럿이 모여 앉아 담소하는 모습이 다들 행복해 보인다. 여름 사진을 따라가다 보니 막내 결혼식날 찍은 사진들이 보인다. 빅토리아에서 가족들만 모여서 결혼식을 했다. 사돈 내외분까지 14명이 한 결혼식이다. 처음에 아이들이 그렇게 하자고 했을 때 왠지 너무 조촐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그렇게 하니 너무나 좋았다. 신랑 신부하고 양가 부모하고 두 아들 내외와 4명의 손주들과 대학교 공원에서 결혼식 사진을 보며 캐나다 생활 40년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진사 한 명과 증인 한 명이 함께 하는 결혼식이었는데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여서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도 청명하고 좋았고 가족끼리만 하니 편하고 더없이 행복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식당에서 양가가 식사를 했다. 우리 식구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 발코니까지 있어 밖을 구경하며 식사를 하며 담소하던 생각이 난다. 지나간 것들은 이렇게 추억의 꽃이 되어 시도 때도 없이 우리들 가슴에 피어난다. 그 뒤에 보이는 봄 사진은 사과나무에 사과꽃이 예쁘게 펴서 나무 앞에서 찍어놓은 사진이 보인다. 잠깐 피었다 지는 사과꽃이 만발했는데 어찌나 예쁜지 온 식구가 하나씩 나무 옆에 서서 찍은 사진이다. 다시 1월 사진으로 넘어가니 쿠바에서 찍은 사진이 나온다. 캐나다는 한겨울인데 쿠바는 한여름이라 딴 세상이었다. 리조트에서 먹고 자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며 세상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바닷물이 얼마나 맑은지 코발트색의 바다를 보며 하얀 모래사장을 걷기도 하고 바다 한가운데로 배를 타고 나가기도 한 사진을 보니 이미 나는 그곳에 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 꼭 특별한 그 무엇이 아니더라도 지나간 것들은 추억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평소 같으면 아이들로 꽉 차 있어 정신없는 시간을 보낼 텐데 가만히 앉아서 지나간 사진을 보고 있다. 그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지금의 힘든 이 시간을 잘 극복하면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세월을 뒤 돌아가 보니 2년 전으로 돌아갔다. 2년이라면 긴 시간인데 앉아서 사진으로 돌아가 본 2년은 몇 분에 불과하다. 사랑하는 가족도, 친구들도 못 만나는 이때에 잠시라도 좋았던 그때로 돌아가 보니 새롭게 더 그리워진다. 생이별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다시 만나는 날 뜨거운 포옹을 하고 싶다.



추억 속에 있는 그리운 세월을 사진으로 만난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만나며 사는 인생이다. 좋은 일은 좋아서 잊을 수 없고 나쁜 일은 나빠서 잊히지 않는다. 백 년도 못 사는 인생인데 좋은 일만 생각해도 모자란다. 좋은 일만 생각하고 나쁜 일은 잊어버리고 한 세상 살아가자


(그림, 글: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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