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처럼... 환한 크리스마스 잡채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아무도 오지 않는 오늘 너무 쓸쓸하다. 해마다 오늘은 잔치를 하는 날인데 아이들이 오지 않아 적막하리만큼 쓸쓸하다. 아이들은 없지만 무언가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 잔치음식 중에 하나인 잡채를 만들고 싶다.


손님상에나 잔치상에 꼭 올라가는 잡채는 어려울 것 같지만 막상 만들어보면 쉽고도 간단하다. 이것저것 좋아하는 재료를 볶아서 무치면 된다. 고기를 넣지 않고 채소만 넣어도 간만 맞으면 누구나 맛있게 먹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빼놓을 수 없는 잡채라서 결혼식에도 장례식에도 잡채는 상에 오른다. 생일날이나 집들이 잔치에도 잡채가 빠지면 서운하다. 당면만 있으면 여러 가지 채소를 넣어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기에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크리스마스 날이지만 아이들이 오지 않아 음식도 안 만들고 넘어가기가 너무 이상해서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잡채를 만드려고 재료를 찾아보았다.



(사진:이종숙)


이것저것 냉장고에서 재료를 찾아내 보니 오색 무지개 같은 재료들이 있어 눈이 번쩍 뛰었다. 빨강 노랑 파란색의 채소들을 꺼내 놓으니 부엌이 훤하다. 일단 물을 끓이며 채소를 다듬어 닦고 채를 썰으면 반은 준비가 된 것이다.



(사딘:이종숙)


잡채를 생각하면 오래전에 중국집에서 먹었던 잡채가 생각난다. 다니던 직장 가까이 중국집이 있었다. 그곳은 짜장면은 물론 야끼만두나 잡채밥을 어찌나 맛있게 만드는지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무엇을 먹을까 한참을 망설여야 했다. 그때 당시 한 그릇에 100원, 200 원하던 짜장면이나 짬뽕은 지금은 훨씬 비싼데도 그때가 더 맛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잡채밥은 몇십 원 더 비쌌지만 그때는 잡채밥이 고급스럽다는 생각으로 특별한 날은 꼭 잡채밥을 먹었다. 매일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던 잡채밥에 도대체 무엇을 넣었기에 그리도 맛있었는지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도 생각난다.



(사진:이종숙)


잡채라는 것이 감초 같아서 안 끼는 데가 없는지라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한다. 잡채를 한 접시 만들어 놓으면 밥상이 환하고 푸짐해 보여서 다른 반찬보다 눈에 뜨인다. 엄마가 특별한 날에만 만들어 주셨던 잡채를 나는 명절이나 어른들 생신 때만 만드는 걸로 알았는데 생각보다 간단하여 자주 만든다. 애들이 오는 날은 어김없이 만들고 반찬이 시원찮을 때도 만든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이것저것 채 썰어서 화사하게 볶아 삶은 당면과 섞어서 양념하면 된다. 상에 놓으면 먹음직스럽고 푸짐하고 먹어서 맛있고 만들기 쉬운 잡채는 이제 우리 집에서 감초 같은 음식이 되었다.



(사진:이종숙)


자... 이제 잡채를 만들어야겠다.


당면을 삶는 동안 여러 가지 채소를 썰어 놓는다.
준비한 재료는 노랑 피망 빨간 피망 한 개씩 버섯과 양파 하나와 마늘 몇 개 그리고 부추 한 묶음을 준비해서 채를 썰어 놓는다.


삶은 당면을 물을 빼고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당면과 야채를 넣어서 간장과 설탕 그리고 참기름 소금 조금을 넣고 한꺼번에 볶는다. 뚜껑을 잠깐 덮어놓으면 당면이 힘을 빼면서 채소와 차분히 누워 뒤집어주기를 기다린다.


뚜껑 속에서 당면과 채소는 기름을 입고 윤기를 낸다. 간을 맞추고 깨소금을 뿌려주면 화려한 잡채로 탄생한다. 이처럼 쉽고도 간단한 잡채는 감초처럼 안 끼는데 없이 다 끼며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사진:이종숙)


잔칫날이나 손님들이 많이 오는 날에 엄마는 커다란 양은그릇에 당면과 볶은 야채를 넣고 양념을 하여 무친다. 올망졸망한 우리 6남매는 그릇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눈은 잡채를 무치는 엄마의 손을 따라간다. 엄마는 노련하게 손을 움직이며 간을 보신다. 우리는 침을 꼴깍 삼키고 엄마는 차례대로 간을 보라며 잡채를 손으로 똘똘 말아서 우리들 입에 넣어주신다. 어찌 그 맛을 잊을 수 있는가? 엄마의 맛을 따라갈 수 없지만 이제는 나도 엄마처럼 잡채를 만들며 아이들에게 간을 보라고 입에 넣어준다. 아이들은 엄마 잡채가 최고라고 엄지 척을 올린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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