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않아도... 그리움과 추억으로 만난다

by Chong Sook Lee


(사진,글:이종숙)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라고 시작되는 노사연의 만남이라는 노래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어딜 가도 들려오고 누구나 좋아하는 노래였다. 많은 사람들이 손을 위로 흔들면서 만남이라는 노래를 합창할 정도로 대중들의 사람을 받은 노래였다. 가사도 좋고 음률도 좋아 사랑받아 친한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며 열심히 함께 불렀다. 세월이 흘러 그 노래는 어쩌다 들리고 요새는 나훈아의 '테스 형'이 한창 유행이다. 유행가는 시대를 그리고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함으로 사람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킨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하는 가사가 마음에 닿는다. 정말 왜 이리도 살기 힘든지 모르겠다. 하지 말라는 규제로 자유가 없다는 것은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져도 한번 맺은 인연은 끝나지 않는다. 산 넘어 강이 있고 또 산이 있는 것처럼 인류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흥청거리며 복잡할 때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멀리 떠나고 싶다던 사람들인데 만날 수 없게 되니까 너무 외로워 힘들다고 난리들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전파되는 바이러스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게 한다. 그 옛날 유행했던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지금은 '흩어져야 산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 코로나가 무섭게 확산하여 사람이 죽어 장례를 치를 때조차 가족도 다 참석할 수 없는 세상이다. 지난주에 이곳에 이민을 와서 45년을 사신 분이 향년 95세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6.25 전쟁 때에 해군으로 참전 용사로 싸웠고 1975 년도에 캐나다로 이민오신 분이다. 자영업을 하시며 열심히 사시다가 퇴직한 후에 한인회와 천주교회에서 여러 가지 봉사 활동을 하셨다. 어렵고 힘든 이민 생활 속에서 신실한 천주교 신자로 열심한 신앙생활을 하신 분이다. 9년 전 큰아들을 하늘나라에 먼저 보내고 아픈 부인과 함께 힘든 노년 생활을 하다가 2년 전에 부인이 떠났다.


홀로 요양원에서 그나마 잘 견디며 살아갔는데 갑자기 지병이 도져서 이 어려운 코로나 시대에 외롭게 떠나셨다. 연세가 많아 호상이라고는 하지만 한평생 이민 생활을 하며 여러 사람들과 교류도 많고 자손들도 많은데 하필 이때 돌아가셨다. 외국에 사는 자손들도, 같은 캐나다에 사는 식구들이나 친척, 친구들도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없는 이때에 떠나신 것이다. 방역이 강화된 요즘엔 누구나 그러려니 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막상 가까운 분이 그렇게 떠나시니 말을 잊었다. 근 백 년을 살다 간 그분은 코로나 장례식장 10명 규제로 가족들마저 마지막 인사도 못한 채 떠나신 뒷모습이 아스라이 보인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로 미루며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살아도 세상을 떠난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는 했는데 그것마저 안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한국에 산 세월보다 이곳에 산 세월이 긴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그들의 고향은 한국이지만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때가 되면 이곳에 를 묻는다. 평생을 고국을 그리워하며 살지만 돌아가지 못한 채 인생의 막을 내린다. 사람은 오늘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일을 위해 살아간다. 먼저 온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는 것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젊었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떠나는 것을 보면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살아야 하겠기에 열심히 살았고 살다 보니 세월 따라 늙어가는 우리네들이다. 자식들 잘되기만 바라고 자신들의 삶은 뒷전으로 밀어놓고 살았던 시대가 하나씩 저물어 간다. 이민생활의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아무도 없는 이국땅에 와서 살기 위한 투쟁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그렇게 살다가는 사람들을 인사도 못하고 그냥 보내야 하는 현실이 야속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가시기 전에 빨리 가고 싶다며 모든 연명치료를 거부하시며 가실 준비를 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평소에 깔끔하시고 호탕하신 성품처럼 깨끗하게 떠나신 그분의 얼굴이 구름 사이로 비추는 태양 안에 보인다. 이제는 고통도 아픔도 없는 곳에서 부인과 큰아들을 만나서 서로 얼싸안고 세상을 내려다보실 것으로 믿는다. 2년 전 부인을 보내며 "먼저 가 있으라, 내 곧 뒤따라 가마."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고 73년을 넘게 함께 살다가 하나를 먼저 보낼 때 억장이 무너졌으리라. 인연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모든 인연은 우연이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돌고도는 인연 속에 먼저 가고 나중에 가며 오고 가는 계절 같은 우리네 인생이다. 노사연의 만남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고 우리의 바람이다. 떠나가지만 기억하며 여전히 사랑하며 가장 가까운 가슴속에 묻고 살아갈 뿐이다.


만남이 없어도 우리는 만난다. 그리움으로 만나고 추억으로 만나고 희망으로 만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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