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가출한 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밖은 깜깜한데
내 눈은 환하다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개꿈을 꾸다가
낮인 줄 알고 깨어
천장을 쳐다본다

잠을 잃어버린
눈을 감고
잠을 청하지만
잠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머리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다니고
몸은 침대 위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데

가출한 잠을 찾지 못해
밤이 하얗게 될 때까지
돌아다닌다

어디로 간 잠인지
침대 위에도
침대 밑에도 없다
서랍에도 없고
창문 뒤에도 없다
커튼을 열으니
가로등을 끌어안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나를 떠난 잠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냥 낮이라고 생각하고
이방 저 방 위아래로

돌아다닌다
가로등과 졸고 있는 잠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까만 밤이 하얗게 되고
밤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가출한 잠은

한낮에 내게 돌아와

나를 재우려고 한다


하얀 대낮에 소파로
집 나간 잠이 나를 찾아왔다
나는 잠을 끌어안고
벌건 대낮에
한밤중이 되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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